SK하이닉스와 기술 격차 좁힐까
브로드컴·AMD향 HBM 공급 확대 전망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증과 함께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AI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개선 신호가 감지되고 있고, 반도체 전반의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를 단기 주가 변동으로 보지 않는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SSD,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주요 사업이 동시에 개선세를 보이는 가운데, AI와 클라우드 시장의 구조적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16일 장 초반 9만6900원까지 오르며 약 5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AI 산업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가격 회복과 첨단 공정 수요 증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업체 중 가장 저평가된 삼성전자는 향후 주가 10만 원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로부터 HBM3E(5세대 HBM)·HBM4(6세대) 제품에 대한 품질 테스트(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HBM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차세대 제품인 HBM4E(7세대) 개발에 착수했으며, 초당 3테라바이트(TB/s) 이상 대역폭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공급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가 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같은 시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I 연산용 스토리지와 클라우드 서버 확대로 고속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낸드 출하량이 10% 증가하면서 흑자 전환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출하가 늘고 있으며, D램과 마찬가지로 내년 상반기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운드리 부문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7월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 ‘도조(Dojo) AI6’ 생산을 수주하면서 AI 반도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했다. 그동안 TSMC로 고객사가 집중되며 공급 병목이 발생하자,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삼성전자를 대체 생산기지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2나노 공정 양산이 본격화될 경우, 전력 효율과 발열 관리가 중요한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생태계 확장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큰 수요처인 오픈AI는 최근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와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브로드컴과 AMD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이들 기업의 생산 확대가 곧 삼성전자 반도체 납품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이달 초 오픈AI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에 따라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개발 및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