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고내구성 한지, 글로벌 디자인 산업의 새로운 영감으로 주목

올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은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 들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찾았다. 한국 문학의 근간은 한국어가 새겨진 종이, 즉 한지에 있음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15일(현지시간) 공진원 부스에서 만난 김지원 전통문화확산본부장은 "현재 한지는 단순히 글을 담는 종이의 역할을 넘어섰다. 조명과 인테리어 등 다양한 디자인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가방, 가구, 북커버 등으로 제작되고 있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공진원은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해 광복 80년을 기념, 한지특별판 도서 3종을 제작했다. 이번 제작의 특징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에도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외쳤던 선열들의 정신을 한지 위에 되살렸다는 데 있다.
한지특별판 도서로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육사의 '육사시집',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선정됐다. 각 도서의 표지 디자인에는 세대별 감각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박금준, 권준호, 함지은이 참여해 전통 소재인 한지에 현대적 미감을 더했다.

한지는 닥나무 섬유를 원료로 전통 방식에 따라 만들어지는 한국 고유의 종이다. 일본의 '화지'가 얇고 섬세하고, 중국의 '선지'가 두껍고 넓다는 특징이 있다면 한지는 높은 내구성을 지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아울러 통기성이 뛰어나 '천 년을 간다'는 말이 전해진다.
김 본부장은 "한지는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질감과 색감이 독특해 한국 문학이 가진 따뜻하고 섬세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통 한지 생산 공방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현재 18개 업체만 남아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한지 제작 기술을 보존하고 그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한지는 서예용 종이로 사용이 국한되어 있었다. 이제는 공예품, 조명, 문구류 등 생활 전반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장(欌)이나 궤(櫃) 같은 소가구, 창호지·벽지·장판지 등 기능성 천연 인테리어 내장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적 소재로서의 가치가 뛰어나 디자인 산업에서도 매력적인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한지에 대해 특히 젊은 문화 크리에이터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며 "앞서 언급한 활용 측면에서 봐도 한지는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소재"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