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사장 "금융시스템 리셋…PF 구조 벗어나야!”
“시리즈 B~C 공백 메워야”…그로쓰·메자닌 투자 강조
중소형 증권사도 참여해야 모험자본 공급망 완성

증권업계 기업금융(IB) 투자 여력이 오는 2030년까지 112조 원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발행어음과 투자일임형 자산관리(IMA) 제도 확대로 자금 조달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혁신 기업 성장과 전통 산업 재편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성장전략 세미나’에서 “발행어음·IMA 제도 확대에 따라 2030년까지 증권업계의 기업금융 투자 여력은 현재 22조 원에서 최소 112조 원으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첫 IMA 사업자와 발행어음 추가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자는 IMA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각각 최대 70%, 50%를 기업금융에 활용하게 되며, 이 중 25%는 반드시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 진출로 IMA·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2030년 말까지 161조 원으로 불어나, 현재(44조 원)보다 3.6배 늘어날 전망이다. 윤 사장은 한국 경제가 ‘섬유·조선’에서 ‘반도체·자동차’를 거쳐 ‘AI·바이오·첨단소재’로 이동하는 20년 주기의 산업 교체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은 이미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지만, 금융의 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부동산PF 중심 프레임에 묶여 있다”며 “모험자본과 구조조정금융이 주도하는 금융 시스템으로 리셋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IB업무 중 48%는 부동산 PF 보증에 집중돼 있으며, 모험자본 투자 비중은 2% 미만에 그친다.
그는 생산적 금융 지원을 위해 증권사가 성장 단계의 혁신 기업에 새로운 투자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사장은 한국 기업 생태계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시리즈 B~C 단계의 자금공백(Missing Middle)’을 꼽았다. 이어 그로쓰 사모투자(PE)와 메자닌(전환·후순위채) 자기자본 투자(PD)로 이 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로쓰 PE는 확장 단계 기업의 소수 지분에 투자해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자본을 유연하게 조달할 수 있다. 반면 메자닌 PD는 전환사채(CB)·후순위채 등 채권과 주식의 중간 형태를 활용해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윤 사장은 “확장 단계 기업에는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며 빠른 스케일업이 가능한 투자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혁신 기업이 ‘한국 안에서 성장·회수’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적 다리”라고 말했다
또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에는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금융을 통한 사업 재편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의 구조적 침체는 이제 시장 이슈가 아닌 국가 전략 과제”라며 부실채권(NPL)·회생기업 자금 대여(DIP)·인수합병(M&A) 자문 등 구조조정 금융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은 중소형 증권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약 800만 개의 중소기업과 4만 개의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은 종투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가 함께 참여해야 세밀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완화를 통한 기업공개(IPO) 부담 완화, 중기특화증권사 전용펀드 확대 등 실효적 인센티브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