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관측에 달러 강세 지속
해외 투자 확대로 구조적 수급 변화
외환당국, 원화 변동성 확대에 "시장 쏠림 경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부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달러 실수요 확대와 기업 외환 리스크 관리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며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3.5원 오른 1424.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0일 환율은 1421.0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한 뒤 횡보세를 보이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관세 인상을 시사하는 게시물을 올리자 급등세로 돌아서며 장중 1436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했다는 의미다. 즉, 같은 달러를 사기 위해 더 많은 원화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국내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실물소득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환율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1300원대에서 움직이며 달러 약세 흐름을 따랐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세로 전환됐다.
월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졌지만, 내국인의 미국 투자 확대가 이를 상쇄하면서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또한 한·미 관세 후속 협상에 따른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부담 역시 원화 가치를 눌렀다는 분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과거처럼 무역수지가 흑자가 난다고 해서 수출업체들이 기계적으로 달러를 매도하지 않는다"며, "생산기지 이전 등 해외 직접투자 항목에서 달러 실수요가 늘어나면서 구조적인 수급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징적 의미가 있던 1400원대가 별다른 저항 없이 뚫린 상황으로, 4분기에는 1460원도 가능하다"며, "1400원대 진입 시점은 예상보다 빨랐지만, 방향성 자체는 이미 위쪽을 보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외환당국은 전날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