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용성법 사상 첫 발동해 적용
윙테크 “차별적 대우에 강력 항의”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소유이지만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반도체 제조사 넥스페리아의 통제권을 확보했다. 서방과 중국 간 첨단 기술 접근을 둘러싼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덜란드 경제부는 이날 “네덜란드 및 유럽 내 핵심 기술 지식과 역량의 지속성과 보호에 위협이 발생했다”면서 “이에 사상 처음으로 ‘물자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발동해 넥스페리아 자회사ㆍ지점ㆍ사무소에 대해 향후 1년간 자산ㆍ지적재산ㆍ사업ㆍ인사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금하는 명령을 지난달 30일 내렸다”고 공개했다.
또 네덜란드 정부는 암스테르담 항소법원에 제소해 넥스페리아의 장쉐정 대표이사 및 넥스페리아홀딩 이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네덜란드 정부는 이번 조치를 ‘매우 예외적’이라고 표현했다”면서 “반도체 등 민감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넥스페리아를 소유하고 있는 중국 윙테크는 13일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사실 기반의 위험 평가가 아닌 지정학적 편향에 따른 과도한 간섭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유럽연합이 오랫동안 지지해온 시장경제 원칙ㆍ공정 경쟁ㆍ국제 무역 규범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중국 소유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번 사태는 미·유럽 국가들이 중국 반도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미국 상무부는 수출 제한기업 명단에 윙테크를 포함시켰다. 영국 정부 역시 2022년 11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윙테크가 이미 인수 완료한 영국 최대 반도체 공장(Newport Wafer Fab) 매각을 취소하라고 명령했었다. 또한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따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첨단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윙테크는 유럽 진출 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으나, 한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중 하나로 불렸다. 전(前) ZTE 엔지니어였던 장쉐정이 2006년 설립했으며, 폭스콘처럼 다른 브랜드의 휴대폰을 대신 생산하는 ODM(주문자개발생산) 업체로 출발했다. 이후 반도체 설계·제조·패키징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수직통합을 이뤄냈다. 2018년 36억 달러에 넥스페리아를 인수했으며, 넥스페리아는 유럽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