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시켜서 하는 봉사보다, 우리가 먼저 제안하고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 다릅니다. 처음엔 단 3명이었는데, 점점 동참자가 늘어났어요.”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의 동부유기동물보호협회. 평일 오전인데도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유기견을 돌보는 손길 사이로 파란색 조끼를 입은 이들이 눈에 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직원들이다.
이날은 해진공이 새로 도입한 'KOBC, 우리가 만드는 희망 WAVE’'프로그램의 첫 현장. 이름처럼 '위로의 물결(WAVE)'을 직원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이 제도는 회사 주도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팀을 꾸려 봉사활동을 추진하는 '상향식 사회공헌 제도’다.
'따뜻한 발자국, 함께하는 유기견 사랑'. 이번 1호 활동의 이름이다.
한 직원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유기동물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그는 "언젠가 우리가 직접 나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뜻을 같이한 동료들이 팀을 꾸렸다. 그렇게 모인 8명의 임직원은 이날 하루 동안 보호소 청소, 위생 정비, 사료 배급, 유기견 산책과 교감 활동을 이어갔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모은 예산으로 사료와 위생용품을 구입해 전달하기도 했다. 봉사에 참여한 한 직원은 "동물의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움직였다"며 "작은 행동이지만, 함께 웃고 땀 흘리는 그 순간이 큰 의미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진공 안병길 사장도 이날 현장에 함께했다. 그는 "직원들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ESG 경영의 실천"이라며 "이런 자율형 봉사문화가 해진공의 새로운 조직 DNA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특히 "지시보다 제안이, 캠페인보다 공감이 더 큰 힘을 낸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선한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해진공은 이번 자율형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환경보호, 지역상생,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사회공헌의 주체'로 나서면서, 공공기관이 가진 형식적 틀을 넘어서는 시도가 될 것”이라며 “지역과 함께 숨 쉬는 ESG의 실험실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