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표그룹 오너 3세인 정대현 부회장이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로봇 주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계 구도 속에서 경영 능력 입증의 시험대로 여겨졌던 개인 회사 지분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매각하면서, 향후 정 부회장의 신사업 발굴 행보에 대한 재계의 평가도 주목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자신이 지분 60%를 보유했던 개인 회사 에스피앤모빌리티의 지분 전량을 최근 5억9000여만 원에 매각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2022년 10월 정 부회장이 국내 로봇 주차 사업을 위해 직접 설립한 회사다.
이번 매각으로 정 부회장은 창립 3년여 만에 로봇 주차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게 됐다. 매각된 지분은 에스피앤모빌리티 설립 당시 함께 합작 법인을 세웠던 로봇 주차 기술 스타트업 셈페르엠이 인수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정 부회장이 신사업 발굴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다. 설립 당시 계획은 에스피앤모빌리티가 국내 영업을, 합작 파트너인 셈페르엠이 해외 영업을 각각 맡는 구조였다. 하지만 사업은 제대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설립 이래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에스피앤모빌리티의 2023년과 2024년 매출액은 모두 0원을 기록했다. 반면 회사 운영에 따른 영업 비용만 발생하면서 같은 기간 2억 원에서 3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주차 사업을 통해 그룹 후계자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려 했던 정 부회장의 구상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로, 현재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 차기 총수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건설 기초 소재 분야에 집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신사업을 성공시켜 경영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것이 정 부회장의 당면 과제였다. 로봇 주차 사업은 그 첫 단추였지만, 저조한 실적을 면치 못하면서 결국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에스피앤모빌리티 외에도 다수의 개인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정 부회장은 그룹 승계의 핵심 지렛대로 여겨지는 에스피네이처(지분율 72.0%)를 비롯해 홍명산업(31.0%), 디에이치씨인베스트먼트(100%), 유형개발(100%) 등 여러 개인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표산업은 5.2%(보통주 기준), 삼표시멘트 지분도 1.3% 갖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이유이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룹의 기존 사업과 성수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로봇 주차) 사업을 정리하게 된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도 포트폴리오 확장 기회는 모색할 계획이고, 성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신사업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