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수율·가격 승부처
삼성전자, 테슬라 수주 성과

차세대 파운드리 시장이 ‘3만 달러 대 2만 달러’라는 가격 격차를 두고 요동치고 있다. 대만 TSMC가 2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웨이퍼 가격을 3만 달러로 끌어올린 반면, 삼성전자는 약 2만 달러 수준으로 공급가를 맞추며 정반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파운드리 1위와 2위의 가격 정책이 엇갈리면서 고객사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의 양산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고객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수율 개선이 절실하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는 TSMC는 이미 수율을 60% 안팎으로 끌어올리며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인텔·엔비디아·구글 등 굵직한 고객사를 단단히 묶어두고 있으며, 초기 물량도 대부분 선점한 상황이다.
TSMC는 3나노 공정 웨이퍼를 2만 달러에 공급하던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2나노에서는 3만 달러까지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세공정 경쟁력이 뒷받침된다는 자신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정이다.
그럼에도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망 확보를 위해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TSMC 물량을 확보하려면 웃돈 30%를 얹어야 하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 다른 파운드리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는 약 2만 달러 선에서 고객사에 2나노 웨이퍼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가격 발표는 없지만, 외신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TSMC 대비 3분의 2 수준이다.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으나,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모바일 칩 고객사와의 협력을 이어가는 한편, 7월에는 테슬라의 AI6 칩 대형 물량을 따내며 성과를 냈다.
초기 물량이지만 자율주행·전기차라는 차세대 산업군의 상징적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AI4 칩을 삼성과 함께 개발해온 경험이 있었던 데다, TSMC에 고객사가 몰리며 차선책으로 삼성전자 선택이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삼성전자의 장기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은 2020년 엔비디아 RTX 3000 GPU(8나노), 2021년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 AP(4나노)를 수주하며 대형 고객사 레퍼런스를 확보해왔다.
당시에도 초기 수율과 발열 논란, 수익성 우려가 뒤따랐지만, 결국 경험을 축적하며 기술 신뢰도를 쌓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테슬라 건 역시 단가를 높여 당장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대형 고객사와 협력 경험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TSMC와 삼성전자의 전략 차이를 뚜렷하게 지적한다. TSMC가 프리미엄 고객사 위주로 고가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삼성전자는 폭넓은 고객층을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나 중견 AI 반도체 기업들은 파운드리 공급처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고성능컴퓨팅(HPC) 수요가 폭증하는 와중에 TSMC가 애플·엔비디아 등 일부 고객에 물량을 집중한다면, 나머지 기업들이 삼성전자로 눈을 돌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시장 입지를 넓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관건은 결국 기술 안정화다. 현재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수율을 연말까지 60~7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격 경쟁력에 더해 안정적인 양산 능력까지 확보해야만 고객사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