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독주에 삼성·애플·구글 ‘맞불 전략’ 가속
배터리·콘텐츠가 대중화 성패 가를 관건

스마트폰 성장세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시선은 ‘스마트 안경(AR 글래스)’으로 쏠리고 있다. 단순한 웨어러블을 넘어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애플·구글(알파벳)·삼성이 일제히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의 무대가 급격히 스마트안경으로 옮겨가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AR 스마트 안경 출하량은 전년 대비 50% 늘었고, 전체 스마트안경 출하량은 110% 급증했다. 특히 AI 기능을 탑재한 모델이 전체의 78%를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카운터포인트는 “하드웨어 제조사와 인터넷 기업들이 ‘AR+AI’ 트렌드를 활용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자사 앱 생태계와 AR 글래스를 적극 통합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시장은 연평균 6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직 스마트폰을 대체하진 못하지만, 핵심 액세서리로 자리 잡으며 휴대폰 의존도를 낮출 잠재력은 크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안경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편의성 때문만은 아니다. AI와 결합할 때 새로운 인터페이스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말이나 손짓만으로 기기를 제어하고, 길 안내·실시간 번역·메시지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다. 커머스와 광고 기회도 크다. 사용자가 상품을 바라보면 가격·리뷰·쿠폰이 눈앞에 나타나는 ‘AR 쇼핑’은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경험으로 떠오른다. 교육·훈련,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증권가와 업계는 스마트 안경 패권 경쟁을 스마트폰 초기 시장의 재현으로 본다. 애플리케이션→인터넷→AI로 이어진 소프트웨어 전환이 늘 디바이스 전환으로 이어졌듯, 새로운 UI 표준을 먼저 정립하고 개발자 생태계를 선점한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선두 주자는 메타다. 메타-레이밴 라인은 누적 200만 대 이상 판매됐고, 올 상반기 AI 스마트 안경 점유율은 78%에 달했다. 메타는 최근 디스플레이 내장형 ‘레이밴 디스플레이’와 손목형 ‘뉴럴밴드’를 공개하며 ‘패션×IT’ 이중 포지셔닝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확장현실(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과 스마트 안경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한다. 삼성은 구글과 협력해 다음 달 XR 헤드셋을 공개할 예정이며, 초기 생산량은 10만 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장 반응을 가늠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가격은 200만 원대 후반이 예상된다. 내년 초에는 구글·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업한 스마트안경 ‘프로젝트 해안’도 출시할 전망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로 XR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있으나, 무게·가격·콘텐츠 부족이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내년 말 디스플레이가 없는 경량 스마트 안경을 먼저 선보이고, 이후 디스플레이 내장형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XR’과 AI ‘제미나이(Gemini)’를 앞세워 OS·AI 축을 담당하며, 삼성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진영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뚜렷하다. 배터리 지속시간, 경량화, 발열, 프라이버시 보호 등 하드웨어 과제와 함께 앱·서비스 부족은 초기 확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콘텐츠 생태계가 받쳐주지 않으면 스마트안경은 반짝 기술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