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금융감독 개편 해프닝…시장 신뢰엔 독(毒)

입력 2025-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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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융당국 개편안을 내놨다가 불과 18일 만에 철회했다. 지난 9월 7일 고위 당정 회의에서 확정했던 조직개편안을 26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돌연 백지화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남은 건 불확실성과 신뢰 훼손뿐이다.

금감원 직원들의 저항은 장기간 이어졌다. 매일 검은 옷을 맞춰 입고 출근하며 개편안 철회를 요구했고, 지난 24일에는 24년 만에 야간 집회까지 열었다. 1500명이 국회를 메운 ‘검은 물결’은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 장면이었다.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직원, 함께 목소리를 낸 학계 전문가와 금융권 관계자들까지 집회는 조직의 생존을 지키려는 총력 저항이었다. 거센 저항 앞에 정치권은 백기를 들었다.

철회가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했다. 금융위 직원들은 세종 이전 불안에 시달렸고 금감원 안에서는 금소처 분리를 부추긴 인사들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내부 게시판과 익명 커뮤니티에는 “누가 조직을 팔았는가”라는 글이 잇따랐다. 결과적으로 이번 소동은 조직을 흔들고 신뢰를 무너트렸다.

국회의 혼선도 도드라졌다. 정무위 관계자는 “(조직개편안 백지화)보름 전부터 논의가 있었는데 당일에서야 알았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중대한 금융감독 체계 논의가 정무적 계산에 휘둘리며 허무하게 끝난 것이다.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코스피가 3400선을 넘어 오천피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 금융당국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기는커녕 정치적 셈법에 흔들렸다. 외국인 자금이 증시를 밀어올리고 있지만 금융정책의 불확실성은 투자 리스크로 곧바로 전가된다. 투자자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정책’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이번 철회가 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는 해석도 힘을 얻는다.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논의는 내년 초 다시 불거질 수 있고 금융위·금감원 간 힘겨루기도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꺼낸 개편이 정작 소비자 신뢰를 흔들고 시장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결국 금융당국 개편 해프닝은 조직만 흔들고 정책 신뢰를 갉아먹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천피를 향해 가는 증시가 원하는 것은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일관된 정책 신뢰라는 사실을 정부는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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