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은 미국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가 제정한 ‘유방암 인식의 달’이다. 유방암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암 가운데 발생자 수 1위를 차지하며, 사망률은 폐암과 대장암, 췌장암 다음으로 높다.
29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환자 수는 1999년 5890명에서 2022년 2만9528명으로 다섯 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암 환자수가 2.8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그만큼 치료 방법도 발전하면서 유방암의 생존율은 크게 향상됐다. 미국암학회의 2025년 조사 결과 전이되지 않은 국한 단계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이 99%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격전이 단계에서는 32%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하는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원격전이 단계에서 생존율이 15%에 불과해 전체 유방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수용체, 사람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세 가지가 모두 음성인 유방암으로, 이로 인해 표적항암제나 호르몬 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매우 공격적인 성향으로 진행이 빠르고 재발이 잦은 점도 생존율 향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김민환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조기 검진해도 2~3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예후가 좋지 않다”라면서 “다른 유방암이 5~10년 내 재발한다면, 삼중음성유방암은 3~5년 이내에 재발이 집중돼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은 사회활동이 활발한 30·40대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 젊은 환자는 상대적으로 치료 후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조기 치료를 통한 재발 방지와 완치가 중요하다.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1등급(Category 1) 선호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요 절제 부위를 최소화하고, 수술 후 잔존 미세종양을 제거해 재발 및 전이를 방지하는 치료법이다.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를 장기 추적한 글로벌 임상 3상(KEYNOTE-522) 연구에 따르면 펨브롤리주맙은 수술 과정에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지표인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CR)을 대조군 대비 13.6% 개선했으며, 무사건 생존율(EFS)을 유의미하게 연장해 질병의 진행과 재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35% 감소시켰다.
전체 생존율(OS) 측면에서도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키는 고무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중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환자군의 사망 위험은 59% 감소해 더욱 높은 효과가 확인됐다.
김 교수는 “펨브롤리주맙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암 치료에서 어렵다는 전체 생존율 개선까지 명확하게 입증한 치료법”이라며 “단순히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