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개수 따라 전자기기에 추가 관세 고려
“한국 등 25%·일본과 EU 15% 추가 관세 검토”
미국 생산물량 초과분에는 고율 관세 방안도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전자제품 내 반도체 칩 가치에 비례해 일정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확정되지는 않았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미국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품을 외국 수입에 의존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관세·감세·규제 완화·에너지 공급 확대를 통한 정교하고 다각적인 방안들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상무부가 수입 전자기기의 칩 관련 부품에 대해 25% 관세율을, 일본·유럽연합(EU)산 전자제품에는 15% 관세율을 검토하고 있다”고 초기 논의 단계의 수치를 공유하기도 했다. 일본과 EU는 미국과 무역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한국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실제 시행되면 최소 25%의 추가 관세를 맞을 우려가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해외에서 수입한 반도체와 동일한 물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령 A사가 미국 내에서 반도체 100만 개를 생산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A사와 그 고객사들은 같은 수량의 반도체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받지만 일정 기간 1대 1 비율을 지키지 못한 기업은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8월 반도체 수입에 약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내에서 생산하거나 생산 이전을 약속한 기업은 면제하겠다고 했다. 그후 이 관세의 영향을 받을 제품의 범위와 관세율, 그리고 면제되는 국가나 제품, 기업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 밖에도 로이터는 “상무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반도체 장비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예외 규정을 싫어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국내 전자·IT 업계는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노트북·스마트폰 등 주요 수출품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고, 칩 개수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면 제품 설계와 원가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려야 하는 압박이 커질 수 있어 추가 투자나 공장 신설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에서도 새 계획이 시행되면 전동칫솔에서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소비재 가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목표치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율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소비재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조차 관세 때문에 주요 부품 가격이 올라 비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