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합의는 단순히 노사가 임금 협상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넘어, 노사 관계의 본질적인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과거의 GM 노사는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소모적인 갈등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협력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종 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9.5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및 2024년 경영 성과급 1,750만원 지급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회사가 자구책으로 제시했던 직영 정비센터와 부평공장 유휴 시설 매각에 대해 “미리 정해진 결과가 없음을 전제로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이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 이슈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것이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버트 트림 노사·인사 부문 부사장이 “지속되고 있는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회사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제 GM 노사는 오랜 갈등을 뒤로 하고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GM 한국사업장이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가장 확실하게 증명할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신모델 생산 결정이다. 자동차 기업에게 신모델 생산 배정은 단순한 공장 가동률 확보를 넘어,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지속 가능성을 상징하는 행위다. 이는 생산 물량 감소와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던 한국사업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한국에서 계속 사업을 할 것’이라는 굳건한 확신을 심어줄 것이다.
또한, 이는 한국 시장을 단순히 생산기지로만 보지 않고, 글로벌 GM의 중요한 전략적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과 같다. 신모델 생산 결정은 한국 시장 철수설을 완전히 잠재우고, GM의 대외 신용도를 높이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만약 GM이 신모델 생산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GM 한국사업장은 수많은 중소·중견 협력업체와 연결된 거대한 공급망의 중심에 있다. 신모델 생산이 결정되면 부품업체들의 일감도 늘어나고, 이는 곧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안정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또한, GM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다른 외국인 투자 기업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해, 국내 투자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역할이 남아 있다. GM이 신모델 생산을 결정하고 미래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이제는 우리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소비 동참이 필요하다. 과거 ‘대우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숙했던 GM 한국사업장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내수 시장에서 외면받았고, 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하락했다. 이제는 GM 한국사업장을 더 이상 ‘외국 기업’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우리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GM은 한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며, 수많은 한국인 직원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속적인 성장은 곧 한국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우리 소비자들은 GM 한국사업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에 대해 ‘애국 소비’라는 거창한 명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리 회사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과 노조가 협력하여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리고, 그에 화답하여 소비자들이 구매를 통해 힘을 실어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회사, 노조, 그리고 소비자 간의 ‘삼각 동맹’은 GM 한국사업장이 국내에 지속적인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자, 강력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GM 한국사업장 자체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단순히 신모델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한국 시장의 니즈를 면밀히 분석하고 매력적인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특히, 전기차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고, 품질 경쟁력을 높이며, 전국적인 서비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GM 한국사업장의 이번 노사 합의는 오랜 갈등과 위기 속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제 이 불씨가 큰 불꽃이 되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밝힐 수 있도록, 기업, 노조, 그리고 소비자 모두의 지혜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GM의 신모델 생산 결정과 우리 소비자들의 따뜻한 소비 동참이 만들어낼 시너지는 GM 한국사업장의 새로운 항해를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