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마비된 행정…'디지털 주권'은 구호에 그쳤다

입력 2025-09-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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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소방,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소방,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한국 디지털정부의 취약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요 민원·행정 서비스가 줄줄이 멈추면서 모바일 신분증 발급부터 택배 조회, 전자민원 처리까지 일상 전반이 마비된 것이다. '디지털정부 1위'라는 위상은 무색해졌고, 시민들은 "생활이 하루아침에 멈췄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디지털정부 선도국으로 꼽혀왔다. OECD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2019년과 2023년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2024년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도 193개 회원국 중 4위를 기록했다.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은 앞다퉈 한국을 찾아 전자정부 시스템을 벤치마킹했고, 디지털 정부 선도국 협의체인 '디지털 네이션스'에서도 한국은 주도권을 행사해왔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업무계획에서 디지털 정부를 3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며, 서비스 장애 예방과 안정성 확보를 약속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디지털안전상황실을 통해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서비스 현황을 한데 묶어 관리하고, 장애 발생 시 민관 합동으로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를 운영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단 한 건의 화재는 이 같은 대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정부가 야심 차게 내세운 ‘AI 민주정부’ 비전은 이번 화재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디지털 정부를 넘어 인공지능(AI)을 공공 행정에 본격 도입하고, 국민 생활 전반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화려한 비전이 기초 인프라 안정성 없이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정부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긴급 복구 작업이 속도를 내며 일부 서비스는 재개됐지만, 응급 처치식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번 화재가 단순 돌발 사고가 아니라 정부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2023년 전산망 장애 이후에도 운영체계 이중화 등 신속한 장애 복구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히 집행하고, 거버넌스를 포함한 구조적 보완 방안을 신속히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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