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둘러싼 갈등이 동시에 불붙으며 ‘추석 밥상 민심’을 겨냥한 대립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다.
28일 국민의힘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사법파괴·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를 열어 여당의 독주를 직접 겨냥했다. 대구 장외집회가 야당 탄압 규탄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집회는 사법부 흔들기를 부각해 추석 밥상에 회자될 의제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아는데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조작된 음성, 변조된 음성 AI로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걸로 대법원장을 나가라고 얘기하는 것은 옛날 군부 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힘을 모아서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을 잘 보존해야 하지 않겠나. 삼권분립 우리가 지켜야 하지 않겠나”고 외쳤다.
송 원내대표는 “지금 국회에서는 계속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를 하는 이유는 정부조직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쳐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망가뜨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 검사가 나와 있고 검찰총장이 나와 있는데 헌법과 관계없이 법률을 고쳐서 검찰청을 해체하는 것은 위헌적인 것”이라며 “검찰을 없애버리면 대한민국에 범죄자들만 판을 치게 된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도 연설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제거하고 독재의 마지막 문을 열려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사라지면 독재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고, 자유의 문은 영원히 닫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유엔 총회에 가서 국격을 팔아 넘기고 왔다. 경제도 팔아넘기고, 안보와 통일도 팔아넘기고 왔다”며 “사법부도 무너지고, 입법부도 무너지고, 언론도 무너지고, 외교도 무너지고, 안보마저 무너지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이재명 한 사람 때문”이라고 소리쳤다.
기세를 몰아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상정되는 민생 법안까지도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한 70여 개의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해 국회가 장시간 마비되는 초유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서 핵심 입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체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법안은 이미 본회의를 통과했고, 국회법·증감법 개정안도 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에 이어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입법까지 연내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사법부를 둘러싼 공방도 추석 민심을 흔드는 변수다. 민주당은 30일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강행할 방침이다. 조 대법원장이 불참할 가능성이 크지만, 청문회 자체가 여야 충돌의 불씨가 되고 있다. 당내 강경파는 탄핵까지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국회 법사위원인 이성윤 의원은 23일 SBS 라디오에서 “(청문회에 불출석하면 탄핵) 마일리지를 쌓는 것”이라고 압박했고, 김기표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당연히 탄핵이고, 탄핵은 어떤 자료가 구비돼야겠다. 그 부분에 대해 저희가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이 제시한 의혹 증거의 신빙성이 논란이 계속되면서 무리한 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9일 BBS 라디오에서 “탄핵 사유로 얘기하는 것이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를 만나고 과거 검찰총장 하던 정상명 씨도 끼어서 마치 사건을 (조작)한 것처럼 돼 있는데, 본인도 참여했다는 사람들도 다 부인하고 있고 그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대지도 못하는 이런 실정 아니냐”라면서 “이것을 가지고 여당이 법원에 대해 맹공을 가하는 것은 자기네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