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E&A 등 계열 건설사들의 단기 매출 보강과 함께 중장기 반등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평택 P4(4공장) 페이즈4(Ph4) 마감공사 금액을 1조4630억 원에서 2조3671억 원으로 62% 늘렸다고 정정 공시했다. 공사 종료일도 당초 2027년 7월 말에서 같은 해 4월 말로 3개월 단축됐다.
같은 날 삼성E&A와 삼성중공업도 각각 46%, 27% 증액 공시를 내면서 세 회사의 총 계약금액은 2조8000억 원에서 4조2000억 원으로 52% 확대됐다. 이전에도 개별 프로젝트의 공사비 증액 사례는 있었지만 대규모 증액을 공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의 투자 기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평택 P4 프로젝트는 한동안 글로벌 메모리 업황 둔화와 고객사 확보 지연으로 일정이 늦춰졌으나 최근 AI 확산과 함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투자에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애플을 잇따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며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평택 투자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투자 속도는 삼성물산과 삼성E&A 등 삼성의 건설 계열사 입장에선 가뭄 끝 단비 같은 소식이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데 이는 그룹 발주 공사가 줄면서 하이테크 부문 일감이 감소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조150억 원, 영업이익 277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1%, 55.3% 줄었다.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전자 평택 P3 페이즈3 공사(3조8000억 원)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FAB 마감공사(8436억 원) 등 대형 프로젝트가 종료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E&A 역시 상반기 매출 4조2760억 원, 영업이익 3382억 원으로 각각 15.7%, 28.3% 줄었다. 그룹 발주가 줄면서 비화공 매출이 크게 감소한 점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화공 매출은 상반기 1조79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2% 줄었다.
업계에서는 한때 속도 조절 국면에 접어들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계열 건설사들의 성장 모멘텀도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계열사 매출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해 그룹 발주 여부가 실적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이번 증액 효과는 더욱 크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하이테크 공사의 특징은 차수 계약으로 이어지고 공정이 진행되는 만큼 바로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이라며 “이번 평택 P4 증액은 이르면 올해 남은 기간 실적에도 곧바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