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AI가 구세주"
사장단 회의 소집한 LG 구광모
선택과 집중·R&D·수익체질로 AX 총력

재계의 인공지능(AI) 전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중국발 저가 공세, 글로벌 불확실성이 겹치며 “뒤처지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데이터와 인재, 자본을 선점하려는 속도전에서 국내 대표 그룹들이 총수와 C레벨을 앞세워 전사적 체질 개선에 나섰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전날 열린 울산포럼을 통해 울산을 제조 AI 허브로 세우는 청사진을 재확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제조 AI와 디지털 혁신이 울산의 다음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한국 제조 경쟁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AI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현장 적용도 빠르다. SK에너지는 AI솔루션 기업 인이지와 협력해 잔사유 수첨 탈황공정(RHDS)에 AI솔루션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디젤 품질 예측 오차를 75% 줄이고 유틸리티 비용을 2% 절감한 성과를 공유했다.
인프라 측면에선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이 착공돼 고집적 GPU·하이브리드 냉각 등 AI 특화 설계를 채택하는 등 아·태 AI 허브를 겨냥한다.
조직도 손봤다. 이날 SK텔레콤은 신규 사내회사 'AI CIC'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AI CIC는 SK텔레콤의 AI 사업 주체이자 나아가 SK그룹 전체의 AI 사업을 이끄는 핵심 조직으로 육성된다. 5년 내 5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연 매출 5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SK C&C는 아예 사명을 'SK AX'로 바꿨다. 2027년까지 전사 생산성 30% 향상과 글로벌 AX 톱10 도약을 내걸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이제는 AI·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기술을 속도감 있게 내재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며 "구성원 개개인이 AI를 친숙하게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혁신과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C레벨 최고 경영진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AI 리더십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LG그룹은 전날 사장단 회의를 열고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가속화를 그룹 생존 전략으로 못 박았다.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와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 40여 명이 참석한 사장단 회의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중국 경쟁사들이 자본과 인력을 몇 배나 더 투입하고 있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 변화와 신속한 실행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또 구 회장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 위닝(Winning) 연구개발(R&D), 구조적 수익체질 개선 등 세 가지 축을 꾸준히 논의해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은 취임 이후 꾸준히 강조해온 화두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체적 경쟁 위협과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을 직접 거론하며 위기감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사장단 회의는 ‘실행력’에 방점이 찍혔다. 참석자들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지금이야말로 실행 속도가 관건”이라며 목표를 명확히 하고 조직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구 회장이 말한 AX 가속화는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LG식 해법이자,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되는 그의 경영철학이 한 단계 더 구체화된 전략으로 평가된다.
재계 관계자는 “AI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지금 속도를 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