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주목
ESS 탑재 상선도 돌파구로

조선업계 탈탄소 전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조선 빅3’는 암모니아·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키워드로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2027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5000t 이상 선박에 대해 탄소부담금 부과를 시작한다. 쉽게 말해, 배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에 가격표를 붙이는 것이다. 배출량이 많을수록 선주는 운항비 외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예상되는 금액은 이산화탄소 t당 100~400달러 수준으로, 장거리 항로를 오가는 대형 선박일수록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국제 규제가 본격화되면 해운업계 전반에 친환경 전환 압박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업계에도 큰 영향을 준다. 선주들은 부담금을 피하려면 탄소를 덜 내뿜는 배를 새로 주문하거나, 기존 선박을 개조해야 한다. 이에 따라 메탄올·암모니아 같은 대체연료 추진선, 전기·배터리 하이브리드 선박, 에너지 효율을 높인 최신 설계 선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 조사 업체에 따르면 친환경 해운 기술 시장은 지난해 223억 달러(약 31조 원)에서 2032년 1407억 달러(약 195조 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친환경 선박의 신조 시장 점유율도 올해 47%까지 증가했다.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선주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선사들과 협력해 암모니아 추진선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했다. 암모니아는 비용 효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유망한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추진선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관련 오염수 처리장치와 독성 위험구역 설정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미국 선급(ABS)으로부터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HD현대는 2023년 세계 최초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수주에 타이틀도 갖고 있다. 벨기에 해운사 엑스마르가 발주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에 디젤과 암모니아를 병행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할 계획이다. 기존 LNG 대비 탄소 배출을 90% 이상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삼성중공업 역시 암모니아에 주목하면서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프랑스 선급(BV)으로부터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추진원유운반선 기본설계 인증(AP)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는 크래킹 기술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하고, 분리된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한 후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스텍 2025’에서 소형모듈형 용융염원자로(MSR) 추진 LNG운반선 등의 AIP 인증을 받기도 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 미국 아모지와 함께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 연료 전지를 생산하는 암모니아 파워팩 개발에 착수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대만 '양밍해운'과 1만 588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7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17일 체결했다. 계약 총액은 1조 9300억 원 상당이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으로 변경 가능한 '암모니아 레디' 사양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또 한화오션은 그룹 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고 리튬이온 기반 초대형 ESS 개발을 마쳤다. 대형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에 적용할 수 있는 메가와트시(MWh)급 시스템으로, 기존 엔진과 하이브리드 형태로 결합해 탄소 배출을 줄인다. ESS는 IMO의 규제가 강화될수록 수요가 빠르게 늘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27년 탄소부담금이 시행되면 선주의 ‘운항비 계산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친환경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신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