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은 특고직 근로자성 인정 추세
실질지배 따라 책임 일치 흐름 보여

편의점 카운터 뒤에 선 점주 김 씨는 밤 9시에 아르바이트생과 교대하였다. 편의점 조끼를 걸친다. 왼쪽 가슴팍에 달린 명찰에는 점주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그도 본사가 정한 매뉴얼대로 진열하고, 정해진 수칙에 따라 일을 한다. 사장인지 근로자인지, 김 씨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올해 7월, 가맹점주의 단체협상권을 보장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었다. 핵심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단체로부터 협의를 요청받은 경우 협의에 응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제14조의3). 주목할 점은, 이 법안은 가맹점주를 여전히 사업자로 분류하면서도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과 유사한 단체협상권의 강제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즉, 가맹점주는 사업자이지만 집단적 협상권이 필요한 존재로 본다.
이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최근 논의와 맥을 같이한다. 오늘날 일터의 구조는 파편화되었다. 때문에 누가 실질적인 사용자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노동의 대가와 조건에 대한 책임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므로 입법자들은 형식과 실질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나름의 답을 계속 내놓는 것이다.
물론 현행법상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와 독립된 별개의 사업자로 분류된다. 스스로의 명의와 계산으로 영업하는 독립된 상인이라는 법적 지위는 이들을 노동법의 범위 밖에 위치시킨다. 하지만 현실은 법적 정의와 차이를 보인다. 오늘날 프랜차이즈 산업, 특히 통일성이 중시되는 사업형 프랜차이즈에서 가맹점주의 자율성은 제한적이다. 가맹본부는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하여 영업표지의 통일이라는 명목으로 가격, 매장 인테리어, 영업시간, 직원 복장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을 관리한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점주는 가맹본부가 설계한 운영 방식의 실행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특수한 관계의 특성을 고려하여,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단체의 구성과 거래조건 협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가맹본부가 단체의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실효적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점주들은 협상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최근 여러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잇달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이 아니더라도 근로자성은 별개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근로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 기준으로는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득 의존성, 계약 내용의 일방적 결정,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 제공, 상당한 지휘·감독의 존재 등이 제시되었다.
이 기준은 가맹점주의 현실과 겹친다. 많은 가맹점주가 특정 가맹본부 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영업표지라는 명목하에 여러 조건이 일방적으로 정해진다. 표준화된 시스템을 통해 지휘·감독을 받는다. 대법원이 제시한 종속관계의 징표들과 유사해 보인다. 그렇다면 가맹점주에게도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없을까.
해외에서도 이 문제는 오랜 논쟁의 대상이었다. 일본의 경우, 최근 가맹점주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있었다. 한 사건에서, 오카야마현 지방노동위원회는 점주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뒤집었다. 이에 이를 다투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 판단의 기저에는 가맹점주가 종업원 고용이나 상품 발주 등에서 상당한 재량을 가진 독립사업자라는 인식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보다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졌다.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와 법원은 계약 형식이 프랜차이즈여도 실질적 통제가 있으면 근로자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판결들은 일관되지 않는다. 펜실베이니아 고등법원은 한 프랜차이즈 사건에서 본사가 직원의 손톱 길이부터 매장 청소 주기까지 운영을 세세하게 통제하였다는 이유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였다. 반면 매사추세츠 대법원은 가맹관계의 핵심을 본사가 점주에게 브랜드 라이선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 대 사업 관계로 보아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이처럼 국내외의 법적 판단이 엇갈리는 것은 가맹점주가 전통적인 사업자·근로자 구분의 경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두 방향에서 해법을 모색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점주를 사업자로 보되 단체 협상력을 부여한다. 노동법 영역에서는 이들을 근로자로 볼 여지를 넓혀간다.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계약상 지위와 실제 운영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다.
해외 사례들 역시 정답보다는 다양한 접근을 보여준다. 각국은 자국 현실에 맞는 해법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공통된 흐름이 있다. 법적 판단이 계약의 형식에서 관계의 실질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가맹본부의 통제 정도, 점주의 경제적 종속성, 그리고 책임의 귀속. 이것이 이제 핵심 쟁점이 되었다. 가맹사업 분야의 이 논쟁은 고립된 현상이 아니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다루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논의와 함께, 파편화된 경제 구조에서 실질적 지배력과 책임을 일치시키려는 시대적 흐름의 일부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