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문화예술계 ‘AI 경험’ 촉진해야

입력 2025-09-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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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미술관 안내 등 실험단계 머물러
해외의 활용 사례 공유 추진하고
제도 지원·윤리 기준 마련 병행을

최근 기업과 기관이 자체적으로 챗봇이나 워크플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공지능(AI) 개발 도구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코딩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AI 기반 응용 프로그램을 손쉽게 맞춤형으로 쓸 수 있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교육, 사무, 고객 응대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주로 강조되고 있지만, 문화예술기관이 이를 방문객 안내 시스템, 데이터 관리, 디지털 큐레이션 도구로 확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전시 현장에서의 관람객 동선 관리, 다국어 지원, 아카이브 데이터 활용 등은 비교적 빠른 시일 내 적용 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해외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은 관람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상용화된 AI 챗봇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은 드물지만, 증강현실, 온라인 가상 전시, 데이터셋 기반의 대화형 안내 등 시범 프로젝트가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장이 아니라 기관 운영 방식과 관람객 교육 경험 전환을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랍에미리트의 루브르 아부다비는 디지털 지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람객 맞춤형 오디오 가이드와 다국어 번역 기능을 도입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여러 기업과 협력하여 자동 해설 기능과 번역 지원을 강화하는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는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안내와 번역 보조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사례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구글 아트앤컬처와 협력해 가상 전시 투어를 운영하며 AI 기반 3D 촬영과 디지털 데이터 처리를 실험했다. 관람객 인터페이스에서 관심사 기반 추천 시스템도 시범적으로 검토되었으나, 아직 정식 서비스화 단계는 아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역시 이미지 인식 기반 데이터 구축, 방대한 전시 데이터셋 공개, 대화형 정보 제공 프로젝트 등을 통해 AI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관람객이 작품의 제작 배경을 실시간 질문할 수 있는 챗봇 연구도 있었으나, 역시 제한적 운영에 머물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AI 도구 활용은 아직 실험 단계라는 점이 분명하다. 관람객 만족도 향상이나 체류 시간 증가 등 성과를 입증하는 데이터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기관들이 AI 기반 도구를 탐색하는 움직임 자체는 분명하며, 장기적으로 학습,교육,연구 중심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도 제도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은 전시장에서 신기술을 시험할 수 있다. 일부 국공립 미술관은 챗봇을 활용한 안내, 예약, 발권, 기본 정보 응답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으나, 아직 파일럿 성격이 강하다. 정식 도입을 위해서는 사용성 검증, 개인정보 보호 충족, 기관 규모별 적정성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AI 안내 도구의 장점은 명확하다. 반복적 문의 대응 자동화, 콘텐츠 업데이트 및 데이터 관리 효율화, 인력 부담 경감 등이다. 특히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중소 기관에서는 더욱 유용하다. 그러나 전시 설명, 큐레이터 노트, 비평문처럼 맥락과 해석력이 필요한 작업은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또한 외부 플랫폼 의존이 심화될수록 비용 부담, 데이터 주권, 보안, 개인정보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따라서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거버넌스 차원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초기 비용 지원 제도와 바우처 정책을 검토하고, 민간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교육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집계,분석하여 제도 개선과 정책 설계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를 중심으로 AI 도구 적용 사례 공유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를 참고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AI는 문화예술기관에서 단순 보조 수단을 넘어 통합 플랫폼의 핵심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다. 다만 현재는 시험적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제도적 지원,기술 검증,윤리 기준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AI는 한국 문화예술 분야 혁신을 촉진하는 실질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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