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9·7 공급 대책'의 한 축은 민간 참여형 공공주택이다. 2030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에 직접 5만3000가구를 짓고 공공택지에서 1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여기에 민간 대형 건설사를 끌어들여 ‘저렴하고 품질이 낮다’는 LH 아파트의 오명을 벗겠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생각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위례신도시 현장을 직접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장관은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준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민관 협력 방식은 장점이 분명하다. 위례자이더시티, 과천린파밀리에 등은 모두 ‘브랜드 아파트’를 공공주택 가격에 분양해 주목을 받았다. 주변 시세보다 수억 원 저렴한 가격은 청년·신혼부부에게 매력적이다. LH 단독 개발보다 공사 기간은 짧고 비용도 절감된다. 입주민 만족도 역시 높다. 정부가 자신 있게 ‘공공주택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시장에서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낮은 당첨 가능성과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위례자이더시티는 617대 1, 과천린파밀리에는 7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너무 높다 보니 당첨을 위해선 납입 기록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이란 목표 앞에 ‘로또’ 확률이란 장벽이 서 있는 셈이다.
아울러 2023년 검단신도시 ‘순살 아파트’ 사태로 드러난 부실시공 문제는 아직 기억 속에 선명하다. 당시 LH는 설계와 자재를 모두 관리했지만 현장 안전과 품질을 놓쳤다. 이번 민관 협력형은 설계와 자재를 건설사가 맡아 과거와는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결국 LH가 사업 주체라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여기에 공사비 갈등도 잠재적 뇌관이다. 적정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지속되기 어렵다.
포장을 바꾼다고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브랜드를 입힌다고 공공주택이 안고 있는 문제가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신뢰를 회복하고 누구나 당첨 기대감을 높일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불신과 대다수의 박탈감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