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코부터 전기차 유튜브까지…환경 여론 파악

"배터리, 이거 가만 보면 시한폭탄이야"
"보통 아파트 내부에서 충전하나요? 난 무서울 것 같은데"
최근 2030 청년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에 아파트 안에서 충전하던 전기스쿠터 리튬이온배터리 발화로 인한 화재 사건 관련 글이 올라왔다. 조회수는 20만을 넘어섰고, 배터리 폭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이러한 내용은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환경부 주요 간부에게 고스란히 보고됐다. 정부 부처가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 기성 언론이 아닌 소통 채널에 올라온 글을 정식 보고 체계를 거쳐 고위직까지 공유하는 상황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일일 언론보도 동향과 함께 '주요 SNS 이슈'를 최근 김 장관 등 주요 간부에게 매일 보고하고 있다. 이는 전임 김완섭 장관 시절에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 부처 SNS 대응을 강화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7월 김 장관 취임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쳐 펨코, 디시인사이드 등 국내 주요 커뮤니티부터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환경·에너지 분야 주요 현안에 대한 SNS 여론 동향을 살피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다음달 기후에너지환경부로의 확대 개편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달부터는 관련 이슈 동향 파악이 일반 커뮤니티보다 효과적인 유튜브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NS 여론을 파악하고 싶은 주요 키워드를 유튜브에 검색하면 인기 영상이 상단에 바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요즘 환경부 '주요 SNS 동향'에는 김 장관이 특히 강조하는 전기차 관련 유튜브 영상이 주로 보고되고 있다. 김 장관은 '탈탄소 문명 전환'의 일환으로 현 3% 수준인 전 국민 전기차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보조금 확대 △내연차→전기차 전환지원금 신설 등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이 김 장관 취임 후 추진됐다. 17일에는 구독자 76만 명 규모의 중고차 관련 유튜브 채널이 내연차보다 전기차 유지비가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한 비교 분석 영상을 'SNS 핵심 이슈'로 정해 보고서 최상단에 올리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시내 주행은 전기차가 압도적 우위', '충전 시간도 매우 중요' 등 해당 동영상에서 이용자들의 추천(좋아요)을 많이 받은 주요 댓글도 포함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전 부처가 SNS 대응, 정책 홍보를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변화한 여건에 맞춰 SNS에서 우리 부 정책 이슈 중 국민 관심이 높은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타 부처도 무관치 않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구독자 4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경제 읽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고용부 공식 X 계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명함 뒷면에 '떨어지면 죽습니다' 문구를 추가했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이 같은 날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근로감독관 명함 뒷면에 '떨어지면 죽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며 "앞으로 고용부 장관 명함에도 이 문구를 추가해 산업 현장에서의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한다"고 적은 데 대한 답변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의 SNS 대응, 정책 홍보는 이재명 정부에서 더욱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장·차관이 유튜브 방송에 직접 출연하는 횟수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