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는 경영인의 자존심"
'2025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정태영x유희열 대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카드가 오랜 시간 펼쳐온 음악·문화 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금융업이라는 틀 안에 머물지 않고 매해 문화축제인 '다빈치모텔', '슈퍼콘서트'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배경에는 새로움에 대한 정 부회장의 탐구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현대카드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들을 개척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원동력은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현대카드 문화 융복합 행사 '다빈치 모텔'에서 유희열 안테나뮤직 대표와 대담을 가졌다.
정 부회장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유 대표는 정 부회장을 '청개구리'에 빗댔다.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K-POP)이 열풍을 일으키며 음악 산업이 급성장하는 와중에도 정 부회장은 사업적 계산보다는 실험적 시선으로 음악과 문화 사업을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다빈치 모텔'은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선다. 이달 19일부터 약 3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화사·다비치·콜드&카키 등 K팝 아티스트와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린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인공지능(AI)과 창작의 접점을 탐구하는 소니 AI의 마이클 스프랭거, 물리학자 채은미 등 각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융복합의 장으로 꾸려졌다.
정 부회장은 "사실 누구 한 분만 모셔서 공연 두 시간 하고 끝내는 게 (주최 측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자와 음악가의 공통점은 자존심"이라며 "똑같이 찍어내는 방식은 자존심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이 정말 3일 동안 음악만 듣는다고 행복할 정도로 단순할까 고민했다"며 "채은미 씨가 와서 물리학 강연을 하신 것처럼 소설·과학·지성·영화·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음악과 결합하면 더욱 다채로워진다"고 설명했다.

문화 사업은 현대카드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무엇이든지 '브랜딩'(이미지 구축)이 중요하다"며 "TV 광고로 자기 브랜드를 표현하는 건 이제는 지나가는 세계"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 사업 등을 통해 회사의 신념(belief)을 만들고 쌓아가야 한다"며 "최근 외국의 은행에서 '현대카드처럼 하고 싶다'고 조언을 구하러 온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브랜드 구축의 또 다른 예시로 '애플페이'를 언급했다.
그는 '요즘 왜 슈퍼콘서트를 열지 않느냐'는 유 대표의 질문에 "저는 한동안 슈퍼콘서트보다 '애플페이'를 뚫는 데 훨씬 집중했다"며 "애플페이 역시 회사의 정체성을 쌓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2023년 3월, 국내 카드사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해 상품 경쟁력과 차별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를 넘은 나라 중 'EMV 컨택리스'(EMV contactless) 결제가 안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한다"며 "관련해서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EMV 컨택리스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꽂지 않고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완료되는 비접촉 결제 방식이다.

이날 정 부회장은 한 청년 취업준비생으로부터 "브랜딩은 매출로 직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브랜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이라며 "모호하더라도 긴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경영의 90%는 모호하다. 드라마에서처럼 '모든 것을 숫자로 설명하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우리 브랜드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면 일단 시도해보는 게 좋다. 반드시 수치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요즘 대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말하면 일부는 불편해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하면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다 운이다'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성공은 전적으로 내 힘만으로 이룬 게 아니라 주변의 도움 덕분인 경우가 많다"며 "힘든 일이 있어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뚫고 나가면 더 편하게 견뎌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