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아파트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9·7 부동산 공급대책에 담긴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기대감이 확산하면서다. 다만 이주대책 공백과 사업 지연 우려가 맞물리며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5일) 기준 성남 분당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4% 오르며 경기도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상승률은 0.04%에 불과했고 수도권 전체로 놓고 봐도 서울 성동구(0.41%)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이번 상승세는 정부가 9월 7일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선도지구 공모 방식을 기존 공공주도에서 주민제안 방식으로 바꾸고 정비 물량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용적률 상향, 절차 단축 등 인센티브를 담은 만큼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집값에 선반영 됐다는 해석이다.
실제 분당 아파트값 과열은 신고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직방에 따르면 9월 들어 전국 자치구 중 성남시 분당구에서만 49건의 단지가 신고가를 기록해 가장 많았다. 서울 성동구(37건), 강동구(29건) 등 주요 지역과 비교해도 현저히 많은 수준이다.
삼평동 ‘봇들마을8단지’ 전용 84㎡는 12일 25억7000만 원에 거래돼 종전 최고가를 5개월 만에 4억 원 이상 뛰어넘었다. 같은 날 ‘봇들마을7단지’ 전용 108㎡도 26억8000만 원에 손바뀜하며 불과 반년 전 거래가보다 4억 원 이상 올랐다.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84㎡는 두 달 전 17억6000만 원에서 18억2000만 원으로 야탑동 ‘탑마을(대우)’ 전용 163㎡는 16억3000만 원에서 17억9000만 원으로 각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이런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재건축 이주대책 마련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와 수요자들의 피로감이 함께 커지고 있어서다.
‘1기 신도시 대어’로 꼽히는 분당은 재건축 과정에서 약 1만2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하지만 현재 이를 흡수할 주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부와 성남시는 중앙도서관 부지, 대장동 일대 등을 대체 후보지로 검토했으나 주민 반발로 무산된 상태다. 일부 선도지구는 당장의 이주 문제를 피할 수 있지만 2029년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후속 정비 물량부터는 대책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전세난 우려를 막기 위해 내년 예정 물량(1만2000가구)을 초과한 정비구역 지정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업비 대출 보증과 미래도시펀드 대출 지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주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이주대책과 사업성 확보는 현실적인 제약이 큰 만큼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이주 문제 해결 없이는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분당의 입지 경쟁력과 상징성을 고려하면 재건축 일정이 장기간 표류하지 않는 이상 급격한 하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