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주 4일제 도입 요구
현대모비스도 부분파업 이어가

기아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7년 만에 파업을 벌인 뒤 사측과의 임단협을 타결한 만큼 기아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등 대외 악재 속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과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1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79.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원 2만2335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표는 2만519표를 기록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교섭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된다.
기아 노사는 본교섭 5차, 실무교섭 7차 등 여러 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α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기아 노조의 요구안은 현대차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노조 관계자는 “압도적 찬성률을 통해 조합원의 분노와 단결된 의지가 확인된 만큼 노조는 총파업을 강행해서라도 조합원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면서도 “조합원이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한다면 언제든 교섭을 마무리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가 바로 파업 돌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노위 교섭과 별개로 노사 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실무회의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실행 여부나 시점은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인 이후 임단협을 타결한 만큼 기아도 같은 순서를 거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6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깨고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부분파업을 벌였다.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노조도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일부 성과급·임금 이견을 이유로 부분파업에 들어간 뒤 추가 제시안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조가 ‘4년 연속 무분규’ 협상 기록을 깨고 파업을 진행하게 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선 현대차 노조의 사흘간 파업으로도 약 4000억 원 이상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미국발 관세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나 계열사들도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의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부분파업이나 총파업으로 번질 경우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