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준 부산시장이 달라졌다. 그간 "신중한 조율형"으로 평가받던 화법은 사라지고, 연일 직설적이고 날 선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동남권투자은행 공약을 동남권투자공사로 바꾼 정부를 향해 "떡이나 하나 먹고 떨어지라는 격"이라 직격했고, 투자공사 추진을 두고는 "고래와 멸치를 바꾸는 것"이라 혹평했다. 나아가 중앙 정치 현안까지 언급하며 "인민민주주의적 발상"이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변신'을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박 시장의 격앙된 목소리에는 산업은행 이전 좌초에 대한 지역 민심이 자리한다. "남부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간 지역 정치권의 공통된 요구였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동남권투자공사. 박 시장은 이를 두고 "초기 자금도 부족하고 채권 발행에 의존하는 비효율적 구조"라며 원천 무용론을 제기했다.
SNS를 통한 "날림 부실 금융기관" 발언은 단순한 정책 평가를 넘어, 중앙정부의 대응에 대한 지역 차원의 불신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부산 시민들의 박탈감을 정치적 언어로 번역한 셈이다.
주목할 대목은 박 시장이 발언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선출 권력의 우위'를 강조하는 데 대해 "삼권분립을 무시한 인민민주주의적 발상"이라며 직격했다. 통상 지역 현안에 집중하던 그가 중앙 정치까지 비판의 화살을 돌린 것은 분명한 변화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 국면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용한 행정가 이미지로는 재선 국면에서 한계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판단, 나아가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지역 정치권은 이번 변화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닌 정치적 포석이라고 본다. 한 국민의힘 부산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 지지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는 신호가 있다”며 “박 시장도 이를 의식해 ‘전투형 정치인’ 이미지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재선 이후 박 시장에게는 '정치적 존재감 부족'이라는 아쉬움이 따라붙었다. 행정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정치 무대에서의 투쟁력·발언력은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야당 전환 이후 이런 비판은 더 커졌고, 결국 강경 발언으로 전환하는 흐름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 발언'의 득과 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수사(修辭)를 넘어 실제 정치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강경 모드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자칫 중도층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투자공사 vs 산업은행' 논란이 지역 경제 실익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박 시장의 발언은 공허한 정치적 제스처로만 남을 수 있다.
박형준 시장의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와 배경은 분명하다. 다만 그 결실이 선거 전략적 성과일지, 지역경제 회생의 돌파구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