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이 이번 달 한 곳도 이뤄지지 않았다. 제도 시행 9년 만에 처음이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수만 가구에 달하는 상황에서 관리지역이 사라진 배경을 두고 기준 완화의 결과를 넘어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HUG에 따르면 9월 10일부터 10월 9일까지 적용되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전국에서 단 한 곳도 지정되지 않았다. 이는 제도 도입 첫해인 2016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달까지 유일하게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던 경기 이천시마저 이번 달 해제되면서 전국 모든 지역이 사실상 ‘무관리 상태’로 전환된 셈이다.
미분양관리지역은 HUG가 정기적으로 전국 미분양 실태를 조사해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시·군·구를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 대해서는 분양보증 발급 전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제도다. 주택 과잉공급을 사전에 차단하고 보증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HUG의 선정 기준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 1차 요건으로는 해당 지역의 미분양 주택 수가 1000가구 이상이고 공동주택 재고 대비 미분양 비율이 2% 이상일 경우 선정 대상이 된다.
이후 △미분양 급증 지역 △해소가 더딘 지역 △미분양 우려 지역 중 하나에 해당하면 최종 지정된다. 구체적으로는 미분양이 최근 3개월 중 한 달이라도 전월 대비 50% 이상 증가했거나 당월 미분양이 연평균 대비 2배 이상일 경우 또는 인허가 급증, 초기 분양률 급락 등이 동반된 지역이 포함된다.
이번에 미분양관리지역이 사라진 이유 중 하나는 공동주택 재고 증가다. 지난달부터 2024년 기준 주택 총조사 통계가 반영되며 재고 수가 증가했고 그 결과 미분양률이 낮아지면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해제된 이천시는 지난 13개월간 관리지역으로 유지됐던 곳이다. 이천시는 7월 말 기준 미분양 1190가구를 기록했지만 HUG는 “전월 대비 미분양 주택 수가 감소했고 공동주택 재고 대비 미분양 비율도 2%를 밑돌아 지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정량 기준에 따라 해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재고 수가 확대되면서 지정 기준이 충족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재고가 늘어나면 분모가 커지고 그만큼 미분양률은 낮아져 지정 기준에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은 지켜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정이 어려운 방향으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현재 미분양 상황이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월 기준 6만2244가구로 올해 1월(7만2624가구)에 비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천시 외에도 6월까지 관리지역에 포함됐던 평택시는 7월 말 기준 3482가구로 여전히 높은 미분양을 보유하고 있고 울산 울주군(1085가구), 강릉시(1120가구) 등도 상당한 미분양 물량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현재는 모두 관리지역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와 함께 HUG가 지정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보증 발급 전 사전심사를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양호’ 또는 ‘보통’ 등급을 받지 못하면 보증이 지연되거나 반려될 수 있다. 이처럼 시장과 업계 모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제도인 만큼 타협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금처럼 미분양 물량은 여전히 많은데 관리지역은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 관리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기준 수치를 손보는 수준을 넘어 시장 구조와 통계 현실을 반영할 수 있게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미분양지역) 지정 제외는 건설사들의 분양 활성화와 부동산 시장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정책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