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바이오 등 미래산업 인재 선점 의지
“청년 고용 확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국가 경쟁력의 토대”

경기 둔화와 글로벌 무역 갈등,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채용 확대에 나섰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 전략산업의 인재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다.
특히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18일 청년 채용 확대 방침을 동시에 내놓은 것은 오는 20일 ‘청년의 날’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이번 주를 ‘청년 주간’으로 지정한 것과 맞물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년 고용률이 1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년 주거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업들에 청년 고용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재계의 대규모 채용 확대 발표 역시 이러한 정책 흐름에 호응하는 행보라는 평가다.
이날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명(연 1만20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하며,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9개 계열사가 하반기 공채를 통해 본격 채용에 나선다.
이번 계획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최근 이 회장은 주요 경영진에게 “고용 창출은 기업의 본분”이라며 채용 확대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6월 대통령 주재 간담회에서도 “삼성은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채용연계형 인턴십과 기능인재 특별채용을 병행하며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 또 SSAFY·희망디딤돌·C랩 등 청년 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 외적인 고용 생태계까지 뒷받침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8000여 명을 신규 채용한다. 상반기 4000여 명에 이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를 선발한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 확장에 맞춰 하반기 신입사원 모집에 나섰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수천 명 규모의 채용이 예고됐다.
SK는 교육 인프라를 청년에게 개방하는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사내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를 기반으로 한 ‘써니C’, 반도체 직무 기본교육 ‘청년 하이포(Hy-Po)’, AI 개발자 과정 ‘SKALA’ 등으로 청년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2600명)보다 400명 늘린 3000명으로 확정했다. 2026년 이후에도 안전·인공지능(AI)·연구개발(R&D) 분야 채용을 이어가며 향후 5년간 총 1만5000명 청년 고용을 약속했다.
특히 그룹 공채 참여 회사를 확대해 청년 구직자들에게 더 넓은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2019년부터 민·관 협력으로 청년 AI·빅데이터 아카데미를 운영, 지금까지 1400여 명이 수료했고 이 중 800여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총 5600명을 신규 채용한다. 상반기 2100여 명에 이어 하반기 3500여 명 규모로 확대했다. 방산·우주·조선·금융 등 신성장 사업 확대와 맞물려 우수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100명), 한화오션(800명), 한화시스템(550명), 한화생명(300명) 등 주요 계열사가 대규모 채용에 나섰으며, 인턴십 과정도 병행해 청년들에게 다양한 진입 기회를 제공한다.
재계는 오는 10월 21일 한국경제인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대규모 채용박람회에도 힘을 싣는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을 비롯해 총 15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청년 구직자와 직접 만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문제”라며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대규모 채용에 나서는 것은 청년층과 국가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