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계’ 본격 가동…여야 셈법 충돌
“쌍봉형 모델, 소비자보호 해결 못 해”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싼 국회 충돌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앞두고 17일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25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날을 시작으로 각 상임위 릴레이 토론회를 이어간 뒤 22일 종합 정책의총에서 당론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날 긴급토론회에서는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금감원의 공공기관 전환이 쟁점이 됐다. 오창화 금감원 금융투자검사2국 팀장(전 노조위원장)은 이날 패널로 참석해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규제는 밀접하게 보완 관계에 있다”며 “이를 쪼개면 대규모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금감원이 시도했던 ‘건전성·영업행위 감독 분리 운영’ 실패를 사례로 언급하며 “당시 직원들이 업무를 떠넘기며 서류가 복도에 쌓일 정도였다. 설문조사에서도 83%의 직원이 중복 검사와 업무 분장 갈등을 문제로 꼽았다”고 했다. 이어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일단 분리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해결하자’는 주장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라고 비판했다.
오 팀장은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 규제 완화 당시 금감원이 반대했지만 재경부와 힘겨루기에서 밀려 신용불량자가 급증했다는 점을 예로 들며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금감원에서 규제개혁위원회에 공문까지 보내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큰 위험한 규제 완화’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금감원은 정부 정책에 어떤 문제 제기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금융감독위원회를 따르는 충실한 시녀(금감원, 금소원)만 두 명이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학계도 우려를 드러냈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정책과 감독을 분리했던 근본적인 취지, 관치금융과 규제 포획 문제를 줄이고 금융 감독의 독립성을 높이려던 노력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부서는 내수를 늘려 경기를 살리자는 확장 목표를, 감독 부서는 부실이 나지 않게 대출을 조이자는 안정 목표를 우선시하는데 두 상이한 정책 목표가 한 조직 안에 섞여 있으면 스스로 만든 규제를 느슨하게 집행할 수밖에 없는 유인이 된다”며 “이것이 바로 이해상충이고 규제 포획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도 부담감을 호소했다.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감독기관이 두 곳으로 나뉘면 중복검사가 불가피하고 분담금도 올해 3300억 원에서 5000억 원대로 늘 수 있다”며 “결국 영업점 축소와 직원 감축으로 이어져 고령 투자자 등 취약 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이 이미 정부 개편안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국회 논의는 입법 절차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야당은 소비자보호 후퇴를 전면에 내세워 금융당국 개편에 반대하고 있지만 의석수 열세로 현실적인 저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기재위 간사는 “정부ㆍ여당이 25일 본회의 통과를 못 박아놓고 열흘 전 법안을 내놨다”며 “의견 수렴도 없이 추진하는 방식이 독재적·전체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학계·업계·당사자의 의견 수렴 없이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