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7일간 뉴욕 유엔본부서 열려
193개 회원국 정상급 지도자 한 자리 모여
2개의 전쟁 둘러싼 각국 첨예한 대립 관측
李대통령ㆍ트럼프, 개막 첫날 기조 연설

세계 각국 정상과 정상급 지도자들이 모여 국제사회 현안을 논의하면서 중요한 메시지들이 쏟아져 나오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High-level Week)’가 내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다.
16일(현지시간) APㆍAFP 등 주요 통신과 유엔 등에 따르면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은 올해 고위급 회기(23∼29일)는 ‘분쟁의 그림자’ 속에서 개막될 예정이다. 193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대표로 참석하는 이번 회기에는 각국 정상이나 총리, 장관급 인사가 차례로 연단에 오른다.
먼저 종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더욱 격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 곳곳에서 불거진 무력 충돌이 이번 회기 최대 이슈다. 이에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비판과 무거운 분위기가 행사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련 서방의 엇갈린 입장이 관심사다. 개전 초 ‘하마스 기습공격’에 대한 국제사회 성토가 이어졌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공습과 압박에 유럽 주요국이 거센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윽고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 이번 회기의 주요 논제가 될 전망이다.
서방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주장한 프랑스부터 영국과 호주, 캐나다 정상이 나서서 자국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으나 최근 전쟁 중재국 카타르에도 공습을 감행한 탓에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기근, 구호 중단, 지속하는 강제이주, 생명 위협 등 끔찍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도덕적으로나 정치적, 국제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해법도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집권 뒤 처음으로 유엔총회 연설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막 첫날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총회에 오른다”며 “그는 미국의 경제ㆍ외교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밝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밖에 주요 정상들의 연설에 관심이 쏠린다. 개막 첫날 이재명 대통령도 기조연설에 나선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기 극복 과정을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개막 이튿날 오전에는 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총회 무대에 오른다. 서방의 ‘대러 제재’ 적극적 동참을 주장하는 한편 러시아의 부당한 침공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선 러시아는 이번 회기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참석한다. 기조연설은 27일로 예정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5년 이후 10년째 유엔총회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고위급 회기 마지막 날인 29일 차관급 인사가 총회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의 국제기구 담당인 김선경 외무성 부상의 참석을 점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고위급 인사의 별도 파견 없이 주유엔 북한대사가 연설을 맡아왔다.
린다 토마스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고위급 회기가 분명히 핵심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유엔은 현재 위기를 역사적 개혁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