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지표로서 역할 부족, 외국인·기관 참여가 관건

국채선물 야간 개장이 100일을 맞았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평가가 나왔다.
16일 한국거래소와 채권시장에 따르면 6월9일 거래가 시작된 3년과 10년 국채선물(3선·10선) 야간개장이 100일을 맞았다. 당시 거래소는 3선과 10선 외에도 미국달러선물을 포함한 FICC(채권·외환·원자재) 파생상품 세 종목과 코스피200선물과 코스피200옵션 등 선물 세 종목 옵션 네 종목을 포함한 주식파생상품 일곱 개 종목 등 총 열 개 종목에 대해 야간거래를 시작했다. 거래시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12시간이다. 거래소는 당시 위험관리 기회 확대, 투자자 편의 증진, 시장 효율성 제고 등을 기대 효과로 꼽았다.
다만, 야간시장 개장 후 전날(15일)까지 총 거래량은 9월만기 3선이 1만3954계약, 10선이 3583계약에 그친다. 최근 월물 교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달부터 거래가 시작된 12월만기 3선과 10선은 각각 50계약과 94계약의 거래량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3선과 10선 일평균 거래량은 각각 15만9500계약과 8만8800계약이다. 100일간 야간선물 총 거래량이 주간선물 하루 평균거래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복수의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에서 관심들이 많지 않다. 크게 도움되는 게 없는 것 같다. 유동성에도 문제가 있고 시장 조성도 잘 안돼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도 “아주 부진한 상황이다. 해외 시장이 급변동하는 것에만 비상 대응하는 정도다. 그 외 딱히 시장 참여 유인이 없어 보인다”며 “야간거래 가격 지표가 아주 빈약한 거래량으로 다음날 선행지표로서의 역할도 아주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현업에서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굳이 야간까지 생각하며 포지션을 운용하지 않는다. 급한 것들은 대체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주간 시장에서 다 해결한다”면서 “국채선물 최초 상장 이후처럼 외국인 참여가 관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끔 눈먼 거래에 기댄 거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특히 외국인의 경우 말도 안되는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때가 있다. 로또를 맞는 심정으로 이례적 가격에 가격을 대놓고 있는 중”이라며 “가끔씩 이런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면 수익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앞서 야간시장을 개장했던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의 거래소를 참고했다. 길게는 10년 이상 운영했던 곳들로 보통 초반엔 미비하다가 2~3년 정도에 (거래량) 기울기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후 (거래량이) 주간대비 20~30% 정도에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우리도) 이런 모델을 예상한다. 다만, 10여 개 상품별로 보면 예상과 다른 점은 있다. 지수선물과 옵션, 달러선물 쪽은 거래가 잘 올라오는 반면, 코스닥150을 기반한 상품과 국채선물은 예상보다 거래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 부산에서 개최한 국제파생상품협회(FIA) 포럼에서도 야간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많았다. 향후 참여의지도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기관쪽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또, 비관하고 있진 않은데 상품별로도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