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광업·도매업 등 분야 직격탄
셰일업계, 코로나19 이후 가장 빠른 감원 속도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충격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사실상 멈추고 더 나아가 많은 경우 감원에 나서는 등 미국 노동시장의 성장이 사실상 멈춰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조업ㆍ도소매업ㆍ에너지업 등 트럼프 무역 정책 혼란에 많이 노출된 산업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일자리가 줄었으며 기업 경영진들은 그 주요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을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로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확장 계획에 나서기 어렵게 된 것이 고용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있는 전자기타 부품업체인 어스퀘이커디바이시스의 줄리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이런 관세는 우리와 같은 미국 제조업체에 아무런 이득이 없다”며 “채용과 성장을 가로막는 갑작스러운 세금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요를 맞추려면 지금의 35명 규모 인력에 3~4명을 더 고용해야 이상적이지만 정책 안정성과 비용 예측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우리는 채용도 성장도 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불확실성 속에서 버텨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미국 최대 농기계 제조업체 존디어는 “올들어 관세로 3억 달러(약 420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며 “그 비용은 연말까지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존디어는 일리노이주와 아이오와 공장에서 238명 직원을 해고했다.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 여파다.
특히 기업들은 트럼프 관세가 초래한 불확실성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금속가공업체인 와이오밍머신의 트레이시 타파니 CEO는 “관세 정책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상황이 오락가락한다. 이런 불확실성이 비즈니스를 어렵게 만든다”며 “우리가 택한 전략은 직원이 그만두면 충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아이러니하게도 관세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부흥시키겠다’고 약속했던 분야”라고 꼬집었다. 최근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공개한 고용지표에서 이를 확인해볼 수 있다. 비농업 부문의 지난달 일자리는 2만2000개 증가에 그쳤다. 트럼프 관세 영향에 노출된 제조업 부문에서는 같은 달 일자리가 1만2000개 감소했으며 올들어서 누적 감소분은 7만8000개에 이른다. 석유·가스를 포함한 광업 부문은 지난달 6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도매업은 올해 3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심지어 트럼프 집권 아래 호황이 예상됐던 셰일업계까지 악영향이 덮쳐 눈에 띈다. 올들어 셰일업계를 떠난 인원은 최소 4000명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와중인 2021년 1월 이래 가장 급격한 일자리 감소다. 여기에 더해 석유 대기업 중 쉐브론이 8000명, 코노코필립스가 3250명을 각각 정리 해고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추가 감원까지 계획돼 있다.
셰일유전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텍사스 석유업자 엘리엇 도일은 “지금은 상당히 무서운 상황인데 거래 은행들은 내년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업들은 정말로 경기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이것이 감원이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