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은행 중지명령ㆍ기관경고 권한 금감위 이관
금소원 임직원 제재 기능 대폭 축소⋯“이름뿐 기관 전락”

금융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권한 배분을 둘러싼 금융당국 조직 간 갈등이 격화할 조짐이다. 금융위가 관련 법 개정을 진행하면서 17년 만에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재 권한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1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는 최근 금융소비자보호 권한이 대폭 축소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 초안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해당 초안을 받아 검토 중이다.
금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금감원에서 떼어 내 신설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권한을 정하는 것이다. 소비자보호 감독과 관련한 금감원장의 기관 제재 권한을 금감위에 이양하고 금소원의 기능을 재설정하는 것이 골자다.
초안에 따르면 우선 현행 금감원장에 있던 은행에 대한 중지명령·기관경고 권한이 금감위로 옮겨간다. 금감원에서 떼어내 신설하는 금소원장도 기관주의만 가능하다. 보험사·여전사에 대해서도 금감원장이 행사하던 기관경고 권한이 개정 후에는 금감위로 넘어간다.
임직원 제재 기능도 대폭 줄어든다. 현재 금감원장이 내릴 수 있는 문책경고·주의적 경고·주의 제재 권한도 분산된다. 처분 중 가장 센 문책경고 권한은 금감위로, 금소원장은 주의적 경고·주의만 가능하다. 직원 제재도 기존의 면직·정직·감봉·견책·주의 권한 중에서 금소원장은 정직·감봉·견책·주의만 가능하다. 면직 권한은 금감위로 넘어가는 구조다.
분쟁조정위원회 구성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금감원 부원장이 위원장을 맡았지만 법 개정 후에는 금감위원장이 임명한다. 위원 위촉 권한도 달라진다. 현행은 금감원 부원장보와 금감원장이 외부위원을 임명하는 방식이지만 금소원장 제청으로 금감위원장이 위촉한다. 금감원 내부 영향력은 사실상 배제되는 것이다.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심의사항에는 ‘금소원장에 대한 지도·감독권’이 포함돼 금소원장이 금감위의 관리·감독을 받는 구조가 된다.
금융위의 금소법 개정 초안대로라면 금소원은 기관주의·주의적 경고 등 경미한 제재만 담당하고 중징계와 주요 권한은 금감위가 독점하는 체계로 재편된다. 소비자보호 전담 기구라는 명분과 달리 실질적 칼자루는 금감위가 쥐는 셈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도 비슷한 양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가 마련 중인 개정안 초안에는 검사·제재 권한을 금소원이 아닌 금감위가 단독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 구제를 확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소비자보호 전담 기구인 금소원은 배제되는 구조다.
금융위가 금감원 권한을 빼내 금감위로 집중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금소원 신설 명분은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독립 기구라는 취지와 달리 실제 권한은 금감위가 독점하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면서 향후 심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소원 분리·신설 명분은 소비자보호 강화였는데, 금감위가 모든 권한을 가져가려 하고 있다”며 “금소원이 '이름 뿐인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