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년까지 생산연령인구 40% 이상 줄어드는 시군구 86곳"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 지방 거점도시 육성 필요"

앞으로 20년간 인구구조 변화로 지역별 노동시장 격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소규모 시군구는 더 쪼그라들고, 대규모 시군구는 오히려 늘어나며 노동인구 분포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14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인구변화가 지역별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1만 명 미만 시군구는 현재 전혀 없지만 2042년에는 15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대로 경제활동인구가 30만 명을 넘는 시군구는 18곳에서 21곳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규모별로 보면, 경제활동인구 10만~20만 명 구간 시군구는 2022년 64곳에서 2042년 41곳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1만~3만 명 구간은 49곳에서 69곳으로 늘고, 3만~5만 명 구간도 36곳에서 23곳으로 감소해, 중간 규모 시군구가 크게 줄고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전망도 비슷한 흐름이다. 2022년 대비 2042년까지 생산연령인구가 40% 이상 감소하는 시군구가 86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증가가 예상되는 곳은 김포, 하남, 화성, 세종, 진천 등 9곳에 불과해 인구 격차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강원, 전남, 전북, 경북, 경남 등은 2042년까지 생산연령인구가 35% 이상 줄어드는 시군구가 다수일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도권과 세종, 충청 일부 지역은 인구 유지 혹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적 불균등 지표도 양극화를 뒷받침한다. 상위 10%와 하위 10%(P90/P10) 시군구의 경제활동인구 격차는 2022년 13.4배에서 2042년 26.4배로 두 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지니계수(소득 불평등 정도를 재는 지표·1에 가까울수록 불균등) 역시 같은 기간 0.492에서 0.560으로 상승해 불균등 확대가 수치로 확인됐다.
생산연령인구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P90/P10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2022년 20.7배에서 2042년 31.8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니계수도 0.528에서 0.569로 높아져, 인구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임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런 불균형이 단순한 인구 감소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령별 인구 이동, 출산, 사망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특히 청년층과 장년층의 이동 패턴이 지역별 노동시장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청년층의 대도시 유입이 줄어들면 시군구 간 노동인구 불균등 추세가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장년층의 중소도시 유입이 감소하면 불균형이 더 심화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는 청년층과 장년층 이동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지역 격차를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청년층(20~34세)의 인구 이동이 멈춘다고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2042년 P90/P10 비율이 24.9배로 기본 전망치(26.4배)보다 낮아졌다. 반대로 장년층(50~64세)의 이동이 사라지는 경우 같은 지표가 27.0배로 커져 불균형이 더 심해졌다.
정종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 과장은 "청년층의 대도시 집중 완화와 장년층의 중소도시 유입 촉진이 지역 간 노동인구 불균형 확대를 막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에서도 안정적인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거점도시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문화 인프라와 양질의 일자리를 갖춘 지방 거점도시를 조성해 청년층이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층 인구이동 격차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균형을 맞추는 핵심 대안으로 제시됐다.
장년층의 경우 복지·의료 서비스 강화와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장년층 순유입 현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정 과장은 "출산 지원 정책만으로는 단기간에 지역 간 노동 불균형을 완화하기 어렵다"며, "인구 이동 격차 해소가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출생아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 대안은 인구 이동 관리라는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는 인구구조 변화가 단순한 총량적 인력 부족이 아니라 지역별 격차 확대라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 연령대별 이동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