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알고도 자진 출국자로 지정 지시”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민세관단속국(ICE) 내부 문건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 중 최소한 한 명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근무하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ICE 관계자들은 구금 시설로 이송된 사람 중 유효한 비자를 소지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는 “유효한 B1·B2 비자를 소지한 채 입국했고 법 집행 기관 진술과 데이터베이스 조회 결과 비자정책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애틀랜타 현장 사무소장은 자진 출국자로 지정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문건 속 문장마다 주어는 삭제돼 있어 정확히 합법적 체류자가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체포된 475명 전원이 불법 취업을 했거나 비자를 위반했다는 당국의 기존 주장과 상반되는 부분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구금 직후 본지가 노동자들의 불법 비자 여부를 물었을 때도 미 국토안보부는 입장문을 통해 “단속은 법을 위반한 자들에 책임을 묻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조지아에서 이민 전문 변호를 맡은 찰스 쿡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유효한 비자 소지자를 이런 식으로 구금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부 문건에는 ‘실질적 범죄’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구금자가 아닌 정부가 저지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조지아주에 거주 중인 한인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 단속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고 있다. 박은석 애틀랜타 한인회 회장은 성명에서 “이번 작전은 한국 기업의 건설 현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전례 없다”며 “공사 지연은 물론 우리 기업의 글로벌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준 점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지역 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은 “단속 이후 며칠간 조지아 한인사회 구성원들은 충격과 분노를 표출했다”며 “조지아에 사는 한인들에게 ICE의 현대차 공장 습격은 배신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