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727조 ‘역대 최대’…G20 국가 중 상승률 1위
서학개미 자금 회귀 주목…“5000 고지는 실적이 열쇠”

코스피가 45년 만에 종가와 장중 사상 최고치를 동시에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지수는 3317선을 돌파하며 ‘코스피 5000 시대’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랠리는 정치권의 세제 개편안 조정 신호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박스권을 탈출한 결과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논의로 정책 불확실성이 줄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났고 여기에 글로벌 훈풍이 더해졌다. 1983년 출범 이후 1989년 1000선, 2007년 2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코로나19 충격과 긴축, 전쟁을 거쳐 2021년 장중 3316.08까지 올랐다가 2022년 2100선까지 밀렸다. 이후 침체 국면이 길어졌지만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와 세제·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책 모멘텀이 되살아난 가운데 코스피는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4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쓰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외국인이 대거 순매수에 나섰다.이날 하루에만 1조3800억 원을 사들이며 지난해 6월 이후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고, 전날 6800억 원까지 합치면 이틀간 2조 원 넘게 쓸어 담았다. 순매수 1·2위는 SK하이닉스(6560억 원)와 삼성전자(3830억 원)였다. 오라클 실적 호조와 반도체 공급 부족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공장 장비 반출 허용 검토 보도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으로 누적 3조 원 이상이 쏠렸다. 삼성전자가 이번 순매수 상위 10위에서 밀려난 점은 외국인 수급이 과거와 달리 반도체 내에서도 ‘하이닉스 중심’으로 무게가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매수는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았다. 삼성중공업·HJ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B금융 등 조선·방산·금융주도 대거 순매수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내건 조선·방산 산업 지원과 금융업 규제 완화 기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인 수급이 특정 업종에 쏠리지 않고 정책 모멘텀 종목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2727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치였던 2021년 7월 대비 410조 원 이상 불어난 규모다. 올해 상승률은 38%로 주요 20개국(G20) 중 1위를 기록했다. 9월 들어서도 4% 올라 같은 기간 G20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S&P500이 같은 기간 18% 오르는 데 그쳤고, 일본 닛케이가 22%, 독일 DAX가 1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단연 두드러진다.
국내 증시 매력이 높아지면서 해외로 향했던 ‘서학개미’ 자금 일부가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8일 기준 1443억 달러(약 200조 원)였고, 이 중 미국 주식이 1364억 달러로 상반기 말보다 8.3% 늘었다. 테슬라·엔비디아·애플 등 빅테크 주식에 자금이 몰렸지만 국내 증시가 5000 시대에 대한 기대를 현실화할 경우 일부 투자금이 ‘국장 회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가는 이제 코스피 5000 고지를 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지원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추세와 맞물리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며 “배당소득세 최대세율 인하까지 논의된다면 글로벌 대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성중 신한투자증권 부서장은 “제도적 변화가 하단 재평가에 기여하지만 추가 상승은 기업 실적과 거시경제 환경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5000 고지는 제도보다 실적 추정치 상향 여부가 열쇠”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