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력만으로 어려운데"…업계, 정부 외교 해법 주목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 사태가 조선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경한 단속 기조가 장기화하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K-조선 기업들의 인력 파견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10일 국내 산업계에 따르면 HL-GA 무더기 구금 사태로 SK온과 삼성SDI 등 미국 현지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배터리 기업들이 출장 인력과 비자 문제와 관련해 긴급 점검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이들을 포함한 대미 투자 기업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현지 인력 운용 현황과 비자 체계를 들여다봤다.
긴장도가 가장 높은 업계는 조선업계다. ‘기술 집약형 산업’인 조선업계 특성상 숙련 인력을 파견하지 않고는 현지 사업 운영이 어려워서다. 특히 선박 설계 변경, 신기술 적용, 품질 검사 등은 현지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1500억 달러 규모의 MASGA 프로젝트에 발맞추기 위해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소의 선박 건조 능력을 확대해 미국 내 군함과 상선 발주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도의 용접·조립·설계 역량을 갖춘 한국 숙련공의 대규모 파견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반이민 기조 속에서는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이나 전문직 취업비자(H-1B) 쿼터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업 운영 자체가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HD현대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선 계열사를 ‘통합 HD현대중공업’ 체제로 묶으며 미국 군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군함 건조 프로젝트는 민감한 기술과 보안이 결합돼 있어 한국에서 파견되는 기술자·관리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들이 원활히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조율하지 못한다면 계약 이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에서 비자 장벽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기업들도 비자 리스크가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인력 운용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도 사태의 파급력을 예의주시하며 외교 채널을 가동 중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번 구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10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