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만 무성하던 금융감독원 조직개편안이 7일 발표됐다.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을, 새로 만들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은 영업행위 감독을 맡는 이원화 구상이다. 소비자를 위한 건전한 금융 영업 환경 조성이 명분이다.
그러나 수장 인선 구도는 ‘자리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전문성 강화, 권력 분산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갈라진 각 파이프라인에 이재명 대통령 측근들이 배치되는 형세다. 지난달 임명된 이찬진 금감원장은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노동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하고 과거 5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빌려주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인물이다.
금소원장 후보로는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가 거론된다. 그는 2년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았고 국정기획위원회 경제 1분과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금감원 이원화 구조를 직접 설계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자리에 들어가 앉는 ‘DIY(Do It Yourself)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 뜬금없는 것은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통제 아래 예산과 인사, 운영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금융사가 분담금을 내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무자본 특수법인의 성격은 사라지고 정부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힘이 분산되기는커녕 한곳으로 모이는 구조다.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과거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09년 해제된 경험이 있다. 감독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소비자 보호와 금융사 감독을 위해선 정치적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이번에 다시 ‘공공기관 틀’에 집어넣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이자 제도적 후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메랑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바뀐 구조에서는 소비자 피해 구제나 금융사 견제보다 조직 논리와 정치적 이해가 앞설 수밖에 없다.
금감원 직원들은 9일 아침 검은 옷을 입고 이 원장 출근길을 막아섰다. 생계와 경력에 대한 불안, 복잡한 심경이 표정에 드러났지만 “소비자보호”를 외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말 역시 ‘소비자보호’다. 금융소비자는 과연 어떤 보호를 받게 될까. 독립성 없는 감독기구, 나눠먹기식 권력 안배에 짓눌릴 새로운 금융당국으로부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