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처럼 보이게 ‘Donald’ 서명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2003년 50번째 생일을 기념해 제작한 책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설적 그림과 서명이 들어간 편지가 포함돼 있으며, 이 자료가 의회에 제출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해당 편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모임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엡스타인 재단의 변호인단으로부터 해당 앨범을 받았으며, 여기에는 트럼프의 서명이 들어간 편지와 엡스타인의 다른 지인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저속한 농담을 담은 다른 편지들도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앱스타인 조사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생일 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이제 트럼프가 거짓말을 했고, 진실을 덮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거짓과 장난은 이제 그만하고, 모든 파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7월 WSJ은 엡스타인의 이 생일책과 트럼프의 이름이 담긴 편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편지는 나체 여성의 윤곽선을 배경으로 타자기 글체로 ‘제프리’와 ‘도널드’가 대화하는 식으로 문장을 적은 뒤 “생일 축하합니다. 그리고 매일이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문구로 끝난다. 특히 편지 밑단에는 여성의 하체의 음모처럼 보이도록 ‘도널드(Donald)’라고 휘갈긴 서명이 적혀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그 편지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며 가짜라고 부인했다. 또한 해당 보도를 낸 기자들과 WSJ 발행사 다우존스, 모회사 뉴스코프 및 경영진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다우존스 대변인은 “우리 보도의 철저함과 정확성에 자신 있다”고 발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X에 트럼프 측이 WSJ를 상대로 한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계속 말해왔듯 트럼프 대통령이 이 그림을 그리거나 서명한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WSJ은 이 생일책에 트럼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20명의 이름이 ‘친구들’이라는 항목으로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은 1990년대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함께 어울렸고, 항공기 탑승 기록에도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올랐던 사실이 나온다. 엡스타인은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한편 엡스타인(1953~2019)은 아동 성착취 혐의로 구치소 수감 중 2019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 월가의 부호이다. 그는 200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미성년자 성매매 등의 협의로 기소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의 친분 관계가 부각되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