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시장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에 따르면 불과 6년 만에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2019년만 해도 내연기관차가 신차 등록의 91.2%를 차지했으나, 2025년 1분기에는 그 비중이 56.7%까지 급락했다. 대신 전기차가 15.7%를 차지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고, 하이브리드도 21.1%로 늘어났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역시 6.1%로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는 내연차의 시대가 확실히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르웨이는 신차의 92%가 전기차이고, 중국도 48%에 이른다. 유럽연합(EU) 전체도 이미 21%를 넘어섰다. 주요국의 전기차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내연기관차는 ‘틈새시장’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우리나라의 2025년 상반기 신차 등록 대수 중 전기차 비중은 11.1%에 머물렀다. 글로벌 평균보다 낮고, 중국이나 유럽 주요국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대신 하이브리드 비중이 34.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플러그인이나 마일드 하이브리드 비중은 미미해 사실상 ‘전기차 대체재’로 하이브리드 의존이 심화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 논란이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잇따른 화재 논란으로 불안해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배터리 안전성 강화와 이력 관리 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아직은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보급률이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원인 중 또 다른 하나로 충전 인프라의 질적 부족이 꼽힌다. 한국은 차량 2대당 1기의 공공 충전기를 확보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밀도를 자랑하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한다. 환경부 조사에서 응답자의 38.6%가 ‘충전 시설 부족’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고 54.2%는 특히 급속 충전기 부족을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 충전소 밀도는 네덜란드, 중국보다도 높지만, 급속 충전기 비중 부족, 지역 불균형, 고장·운영 관리 미흡이 실제 이용자 체감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네덜란드는 차량 5대당 1기, 중국은 차량 1대당 1기 수준의 충전기를 갖추고 있다. 유럽 평균은 차량 13대당 1기, 노르웨이·덴마크 등 일부 국가는 30대 이상당 1기 수준에 머무른다. 한국이 ‘양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보급률이 낮은 것은 이러한 질적 인프라 한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확산으로 차량 1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겠지만, 전체 자동차 대수가 증가하면 환경·교통 문제는 여전히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640만8000대로 전년 말보다 11만 대(0.4%) 늘어났다. 국민 1.94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보유 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전기차 전환 논의와 함께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 정점을 어떻게 관리할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중교통 확대, 교통 수요 관리 정책 없이는 환경 개선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