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금융정책을 흡수해 재정경제부로 재편되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전환해 감독정책만 전담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내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기관 간 권한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정은 7일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확정해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위가 맡고 있는 금융정책 부문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남은 금융위는 금감위로 전환해 금융감독정책을 전담한다.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면 금감위는 정부 부처로서 금융감독정책을 총괄하고, 산하 기관인 금감원과 금소원에 검사·제재 권한을 위탁하는 구조가 된다. 금감위 인원은 최소 50명에서 최대 150명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새로 분리되는 금감원과 금소원의 권한 배분이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건전성과 경영 전략을, 금소원은 영업행위와 소비자 피해를 주로 다루지만 실제 현장에서 두 영역은 얽히는 경우가 많다. 금융사고 발생 시 제재 권한을 누가 행사할지, 공동검사 시 기관 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이 늘어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과 금소원 간 역할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실적 경쟁이나 사안 떠넘기기 같은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책과 감독을 구분해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금융권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정책 기조와 감독 집행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 가상자산, 혁신금융처럼 정책과 감독이 긴밀히 맞물리는 분야에서는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개편안은 표면적으로는 '정책은 재정경제부, 감독은 금감위'라는 단순 구도로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금감원과 금소원 간 권한 배분이 더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국 간 조율 메커니즘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권한 배분을 넘어 금융사고 발생 시 지휘 체계, 공동검사 절차, 제재 권한의 귀속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제도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이 늘어날수록 감독의 무게는 커지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고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운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