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성공보다 진정성 가치 소중
시장 규제 풀고 ‘상생’ 구축 나서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일명 케데헌은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역대 1위에 등극했으며, 영화음악은 미국 빌보드 핫100차트 톱10에 동시에 4곡을 올린 최초의 OST가 되었다. 케데헌처럼 빌보드 톱5에 3곡을 랭크시켰던 가장 최근 OST 앨범이 1970년대 디스코음악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토요일밤의 열기’라는 점에서 케데헌의 성과는 2020년대를 대표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팝으로 시작한 우리 문화의 해외진출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예술적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성공은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한 감독이나 제작자가 중심이 되어 만든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그 특징이다. 공동감독인 크리스 애플한스는 미국 국적의 백인 남성인데 인터뷰에서 20년 전부터 한국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시점이 2012년이므로 이미 그 전부터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 소위 얼리어답터라고 할 수 있다.
BTS의 대성공으로 케이팝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지만, 지금 케데헌의 성공은 케이팝을 주류 장르 중 하나로 올리는 효과가 예상되며 따라서 더 많은 현지인들의 참여가 기대된다. 케데헌의 인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가 알파세대라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도 높이고 있다.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모방하는 경쟁자들이 늘어날 수 있지만,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번 케데헌 성공의 최대 수혜자가 우리나라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우리 문화가 긍정적으로 그려졌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방문할 것이며, 한국 문화를 배우고 소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 등에서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전통과 영화 속 상징을 깊이 해석하는 영상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어, 단순한 흥행을 넘어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호감과 기대를 갖고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오픈런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박물관의 굿즈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이나 다양한 인프라는 상당히 잘 준비되어 있으며,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 태도 역시 잘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이 더 높은 기대를 갖고 방문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때보다도 훌륭한 손님맞이가 필요하다.
매기 강 감독이나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이 이 작품에 투영한 한국에 대한 시선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한국의 여러 문화나 장소들을 지나친 과장이 없으면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잘 담고 있어, 이 영화에 담긴 한국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담았다고 얘기했는데 이 인터뷰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미국 사회학자 에릭 고프만은 무대 뒤에서의 의도가 무대 위에서도 일관성 있게 구현되는 것을 진정성이라고 보았는데, 우리도 이 기회에 편승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좀 더 장기적 안목에서 우리 전통문화와 대중문화 발전을 소개하고 우리나라에 직접 와서 소비하는 체험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한국문화를 있는 그대로 알리기 위해 검증하는 데 노력한 두 감독의 진정성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세와 함께 산업의 인프라나 규제 정비도 필요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과 달리 서울엔 대규모 콘서트를 열 장소가 마땅치 않아 우리 아이돌그룹이 해외팬을 위해 도쿄에 가 공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콘서트 용으로 경기장을 사용하려면 스포츠팬들과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와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무대’라는 프리미엄을 만들어야 한다.
전용콘서트장의 확보라든지 체험형 복합 공간 같은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 한국에 와야만 케이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장을 개척하면 좋겠다. 예컨대 암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2차 티켓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되 공연기획사, 제작사, 티켓판매사, 2차 티켓판매 플랫폼 등이 이 시장에서 창출하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인프라나 아티스트 지원으로 돌아가도록 상생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전문가 그룹이 주도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협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케데헌 감독들처럼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