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순간, 현행 특허제도는 근본적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문제될 수 있는 주제는 진보성 판단의 주체인 ‘통상의 기술자’ 개념에 관한 것이다. 지금은 인간 전문가의 시각에서 발명의 자명성을 평가한다. 하지만 강한 인공지능이 통상의 기술자 범주에 포함된다면, 오늘날 특허로 인정되는 상당수 발명이 자명하다고 간주되어 특허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강한 인공지능을 진보성 판단 주체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면, 강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 연구자가 만든 단순한 개선이나 사소한 발명까지 특허로 인정되어 권리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이는 오히려 시장 경쟁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둘째, 특허 존속기간의 문제다. 현재는 인간 발명자가 연구와 개발에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20년 보호기간을 부여한다. 그러나 강한 인공지능은 초고속으로 수많은 발명을 생산할 수 있어, 특허 존속기간으로 현행과 동일한 20년이 유지된다면 특정 기술이 장기간 독점되어 혁신을 가로막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장기적 대비와 유연한 해석이다. ‘통상의 기술자’ 개념은 약한 인공지능과 다르게 강한 인공지능을 발명 주체로 인정할지, 아니면 단순한 도구로 한정할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예컨대 연구자가 강한 인공지능을 활용해 발명을 완성했다면 발명자는 인간으로 한정하되, 진보성 판단 시 강한 인공지능의 지식 수준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존속기간 문제 역시 획일적 단축이나 연장을 논하기보다, 산업별, 기술별 파급효과를 실증적으로 검토하면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한 인공지능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러나 제도의 변화를 예측하고 논의하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술은 언제나 법보다 앞서가며, 특허제도의 역할은 그 간극을 좁히는 데 있다. 강한 인공지능 시대에도 특허가 혁신의 균형추로 기능하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과장된 기대나 성급한 우려가 아니라, 차분한 논의와 실질적 준비일 것이다.
이형진 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