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창업주 김준기 명예회장과 장남 김남호 명예회장 간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그룹 지배구조 재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지주사 DB Inc. 지분 구조는 △김남호 16.8% △김준기 15.9% △김주원 부회장 9.9% △자사주 5.0% 등으로 짜여있다. 김남호 명예회장은 지주사 지분이 부친보다 많지만, 이사회 전원이 김준기 명예회장 측 인사로 채워졌다.
김남호 명예회장 측이 경영권을 지키려면 독자적인 백기사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만으로는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다"며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자기주식 기반 교환사채(EB) 발행도 변수다. 공식적으로는 확정된 바 없다는 게 그룹 입장이지만, 실제 발행이 이뤄질 경우 자사주 활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배구조 방어 수단을 제한해 주총 국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EB 발행이 미뤄진다면 자사주는 여전히 캐스팅보트로 남게 된다.
일각에서는 창업주 김준기 명예회장의 딸이자 김남호 명예회장의 누나인 김주원 부회장 행보를 주목한다. 창업주와 김 부회장의 지분을 합치면 김남호 명예회장을 넘어서는 만큼, 후계 구도에서 '김주원 카드'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 경우 '부자 대립'이 아닌 '남매 구도'로 전환될 여지도 있다.
다만 당장 공개적인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적 소송이나 강제적 수단보다는 수면 아래 협의와 지분 관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갈등설에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법적 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지만, 자사주·EB 활용, 외부 우호세력 유입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와 차환 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결국 핵심은 '내년 주총에서 어떤 지분 연합이 성립하느냐'로 김주원 부회장이 변수로 부상할 경우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DB그룹 측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