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서 7월 선보인 영화 ‘84제곱미터’를 보면 이른바 ‘영끌’해 서울에 84㎡ 아파트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주인공 우성(강하늘)에게 직장 상사가 투기 문제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잠자코 듣던 우성이 “그런데 저는 투기 이런 게 아니고 실거주자다”라고 항변하자 직장 상사는 “실거주? 실거지 아니고?”라며 가뜩이나 빚에 허덕이는 주인공의 마음을 후벼판다.
영화 도입부에는 끝없이 오르는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에 나섰고, ‘지금이 아니면 평생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영끌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 장면이 나온다. 이를 배경으로 우성은 서울의 84㎡ 아파트를 11억 원에 계약한다. 대출과 퇴직금, 그나마 있던 주식까지 모두 처분해 서울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행복은 잠시, 그 사이 집값은 내려가고 우성은 각종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신세로 전락한다.
물론 이는 영화이기에 각종 상황이 좀 더 극대화된 측면은 있지만,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의 재산을 바쳐야 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과거 단위로는 25.4평, 가장 대중적이어서 국민평수라고도 불리는 ‘고작 84㎡가 뭐길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화의 상황 또한 현재와 비슷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6·27 부동산 대책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규제에 나섰다. 규제 이후 서울 집값은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는 양상이지만, 규제의 약발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화에서 규제가 영끌족을 만들어냈듯, 오히려 자금 유동성 제한이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몰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전문가 해석도 다수다.
집값 안정화는 역대 정부가 모두 씨름해 온 난제다. 모든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 자체를 근본적으로 꺾기는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간 정부의 노력을 무작정 폄훼하고 싶진 않다.
다만 새로운 정부에는 한 번 더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내 집 마련은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에 걸쳐 이뤄야 하는 숙제인 만큼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지할 만한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을 말이다. 단기적 규제와 세제 조정도 좋지만, 충분한 공급 계획과 실수요자 보호 장치도 말이다. 고작 84㎡ 한 채를 얻기 위해 빚을 짊어지는 현실 속, 내 집이 그나마 안식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정책을 기다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