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LIG넥스원 vs KAI-한화시스템 '2파전'
기업별 맞대결 구도⋯新동맹 굳어지나

전자전기 수주전을 앞두고 방산업계 양강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1조7775억 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전자입찰 등록이 이날 마감됐다. 2일에는 제안서 제출이 마무리될 예정이며, 최종 사업자는 다음 달에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입찰에는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이 참여한다. 사업 주관은 전자의 경우 LIG넥스원이, 후자의 경우 KAI가 맡았다.
이번 사업은 적국 위협 신호를 수집·분석해 적 통합방공망과 무선지휘통제체계를 전자전 공격으로 교란·마비시키는 전자전(EW) 항공기를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하려는 체계개발 사업이다.캐나다 봄바디어사의 G6500 민항기를 개조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자기전 임무 장비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항기를 개조해 운용한 사례는 미국 공군의 차세대 전자전기 EA-37B 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만큼, 이번 과제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실제 사업 기간도 8년 6개월에 달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전자전기를 독자 운용할 수 있는 국가도 현재 미국과 러시아, 중국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로 여겨진다. 사업 결과에 따라 K-방산의 기술적 방향성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고난도의 사업인 만큼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원팀’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대한항공과 KAI는 장비 탑재를 위한 기체 개조를 맡고,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전자기전 장비를 개발하는 구조다.
다만 이 같은 팀 구성은 단순한 사업적 협업을 넘어, 그간 이어져 온 맞대결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양상으로 비친다. 앞서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천궁Ⅲ 사업에서 맞붙어 LIG넥스원이 수주에 성공했고, 대한항공과 KAI는 ‘UH-60(블랙호크) 성능개량사업’에서 경쟁해 대한항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여기에 ‘백두체계 정찰기 2차 개발 사업’ 등 오랫동안 한 팀으로 움직인 KAI와 LIG넥스원 조합이 서로 다른 팀에서 경쟁하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사업 외에도 ‘천리안위성 5호 사업’ 입찰 과정에서 LIG넥스원과 KAI가 경쟁자로 맞붙었던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동맹 관계가 형성될 전망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번 한국형 전자전기 쳬개개발 사업은 항공기를 개발하는 사업이 아닌 민간 항공기를 전자전에 적합한 군용항공기로 개조하는 사업”이라며 “47년간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전자전 체계를 양산하고 검증한 LIG넥스원의 전자전 기술력과 50여 년간 군용 항공기 체계개발 ·양산·정비·성능 개량을 수행해 온 국내 최고 수준의 항공 방산 기업인 대한항공의 개조 기술의 결합이 핵심”이라고 했다.
KAI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전자전항공기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항공기에 전자전을 위한 임무장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체계개발 능력이 중요하다”며 “KAI는 30여 년간 KT-1, T-50, 수리온, LAH, KF-21 등 국산항공기 5개 기종 20여 종의 파생형 개발 경험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