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보다 수익률 높고 원금 보장
경쟁 빠진 KB증권, 영업력 약화 우려도

연말 첫 번째 투자일임형 종합금융계좌(IMA) 사업자가 발표되면 증권업계 판도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최소 24조 원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 대형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일반 증권사 간 틈이 확연히 벌어지면서 사실상 계층화된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가가 단순히 신규 사업권 부여 차원을 넘어 은행 예금 고객을 직접 흡수하는 경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2574억 원으로 1년 전(1조9506억 원)보다 15.7% 늘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반기 기준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1년 만에 영업이익이 각각 16.5%, 13.7% 증가했다. 이들 증권사의 당기순이익도 1조4802억 원에서 1조6553억 원으로 11.8% 늘었다.
호실적 배경에는 '자기자본이 곧 순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있다. 증권사는 몸집이 클수록 더 많은 돈을 벌 기회가 많다.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발행어음, 기업대출, 주식·채권 투자, 구조화 금융상품 등 다양한 위험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자본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투자 활동에서 운용 가능한 자금도 늘어나 수익 기회가 확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발행어음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투자자가 발행어음을 사면 증권사는 유입 자금을 여러 자산에 운용한 뒤 일정 부분을 고객에게 돌려주고, 남은 차익은 고스란히 가져간다. 반기 최초로 '1조 클럽'에 든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운용 잔액이 6월 말 기준 17조 원을 넘어섰다.
이르면 연내 탄생할 IMA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3배까지 투자할 수 있다. 최소 자본요건이 8조 원임을 고려하면 24조 원까지 여력이 생긴다. 업계는 이를 투자은행(IB)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경쟁사와 수익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IMA 사업자와 그 아래 발행어음 사업자(자기자본 4조 원), 종투사(3조 원) 등 증권사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IMA가 본격화되면 은행권 고객도 크게 유입돼 대규모 머니무브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IMA는 정기예금처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면서도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이러한 수익률 격차가 은행 고객을 대거 증권사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이후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자금은 1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게 되자,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자금이 몰린 것이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수익률은 은행이 4~5% 수준인 반면, 증권사는 7%대에 달했다.
이 때문에 IMA 경쟁에서 빠진 KB증권의 영업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자 중 유일하게 IMA 도전에 나서지 않아 향후 IB 분야에서 경쟁력이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KB증권의 자기자본은 6조 원대로 아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NH투자증권처럼 지주의 지원을 받아 유상증자에 나섰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비교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 확충에 나선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IMA 진입 여부에 따라 자본시장 내 초격차가 벌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