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중국 생산 차질 현실화…정부·기업 대응 시급"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적용해오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취소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1월부터 중국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반입하려면 건마다 허가를 받아야 해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내달 2일 연방관보에 삼성전자 시안법인과 SK하이닉스 중국법인 등을 VEU 명단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VEU는 지정 기업이 별도 허가 절차 없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성전자의 시안 낸드플래시 라인과 SK하이닉스의 우시 D램·다롄 낸드 공장은 이번 조치로 내년부터 장비 도입 때마다 개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중국 내 공장 운영의 불확실성을 크게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VEU 제도가 있어 그나마 안정적으로 장비를 들여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과정이 변수로 바뀌었다"라며 "특히 신규 투자나 기술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막힌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체 메모리 생산에서 중국 공장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장비 반입 차질은 글로벌 공급망에도 파급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중국 내 생산 위축은 결국 글로벌 시장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미 상무부가 기존 공장의 ‘현상 유지’를 위한 장비 반입은 허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기적 생산 중단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비 증설 혹은 라인 업그레이드와 같은 전략적 투자가 가로막히면서 중장기 대응 전략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외교적 협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과 몇 달 사이 미국 규제가 연이어 바뀌고 있다"라며 "예측 불가능한 정책 환경 속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