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현지 투자 확대…LNG·특수선 경쟁력 부각
관세 리스크에 대중 견제까지 불확실성 공존

글로벌 해양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낙점하면서 ‘K-조선’은 세계 무대에서 도약의 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기회만큼이나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중국의 견제라는 복합 리스크가 교차하며 업계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조선업체들의 지분 인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미국과 조선 협력에 박차를 가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직접 투자’, HD현대(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는 ‘공동 투자 및 합병’, 삼성중공업은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을 택했다. 공통점은 단순 수출에서 벗어나 공동 건조 또는 현지 생산을 전제로 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거점을 마련했으며 최근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통해 선박 건조 능력을 연 1~1.5척에서 20척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HD현대는 한국산업은행,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과 공동 투자 프로그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투자에는 현지 조선소 인수와 현대화가 포함됐으며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으로 상선부터 군함까지 전 선종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MRO 사업 협력을 시작했다. 비거마린그룹은 미국 내 4개 조선소를 운영하는 해군 전문 MRO 기업으로 삼성중공업의 현지 진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다만 기회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추진하는 상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철강·자재·부품 조달 비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이 경우 현지 건조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또 미국이 전략 산업의 국산화를 강조하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조선사의 역할이 단순 하청이나 블록 조립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견제도 변수다. 중국은 최근 국영 조선사 두 곳을 합병해 세계 최대 조선사 체제를 출범시켰으며 관영 매체들은 마스가를 “중국을 겨냥한 포위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해양 패권 경쟁이 격화할수록 조선업을 둘러싼 정치적 변수가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마스가는 K-조선의 글로벌 입지를 넓힐 절호의 기회지만 동시에 미국의 보호무역과 중국의 반발이라는 양면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