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3대 실명 질환인 녹내장은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갑자기 시력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녹내장이 위험한 이유는 한번 시신경이 손상된 이후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어두운 곳에서 안구 통증이나 두통이 있다면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녹내장은 눈 속 시신경이 점점 약해지면서 보이는 범위가 좁아지는 병이다. 시신경이 약해지는 주요 원인은 높은 안압이다. 국내 녹내장 환자 수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96만7554명이던 녹내장 환자 수는 2024년 122만3254명으로 급증했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다소 많으며, 60대 이후 급증한다.
급성 폐쇄각녹내장의 경우 방수가 빠져나가는 경로인 전방각(각막과 홍채 사이의 틈)이 막혀 급격히 안압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심한 안통과 두통, 구토, 충혈, 시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 발작 한 번만으로도 시신경이 크게 손상될 수 있어 증상 발생 시 응급실로 즉시 내원해야 한다.
간헐폐쇄각녹내장은 급성폐쇄각녹내장의 초기 또는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전방각이 가끔만 막히면서 안압이 정상과 고안압 상태를 반복한다. 증상은 발작이 있을 때만 나타나며 순간적인 시야 흐림, 안구 통증, 두통, 가벼운 구역질 등이 생긴다. 발작이 반복되면 시신경이 점진적으로 손상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다.
간헐폐쇄각녹내장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두통은 동공이 확대되는 저녁 시간이나 어두운 장소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수면시간 동안 저절로 일어나는 동공 축소에 의해 순환 경로가 복구돼 아침에는 두통이 사라진다. 야간에 발작이 발생하면 자다가 깨서 머리, 눈 통증을 느끼거나 구토를 하지만 아침에는 증상이 가라앉아 병원 방문이 늦어질 수 있다.
눈의 구조가 좁은 사람은 어두운 곳에서 엎드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근거리 조절을 통해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동공이 중간 정도로 커진 상태로 유지돼 녹내장을 유발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어두운 공간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볼 때는 잘 보기 위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고, 눈이 긴장 상태를 유지해 장기적인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다.
박성은 세란병원 안과 과장은 “간헐폐쇄각녹내장으로 발작이 반복되면서 주변부 홍채가 각막 쪽으로 유착되면 전방각이 영구적으로 좁아져 완전 폐쇄로 넘어갈 수 있다”며 “녹내장은 당뇨, 고혈압처럼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심한 두통을 자주 겪거나 안통, 시력 감소, 구토가 새로 생기는 경우에는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방각이 좁은 환자들은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오랜 시간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 과음도 안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